'작은' 정부 아니라 '긴' 정부?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2.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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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집단 눈치보며 부처명칭 作名, '보건복지여성부' 등 長名

"작은 정부한다더니 긴 정부인 것 같다"

정부 조직 개편 이후 탄생하는 신생 부처의 명칭을 놓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비아냥'이다. 주로 정부 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하는 말이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적잖게 들린다.

부처 명칭을 정하면서 이익 집단의 눈치만 보다가 조합형, 병렬형으로 만들다보니 부처 이름이 길어진 것. 대표적인 게 '보건복지여성부'.



기존의 보건복지부에다 여성가족부가 합쳐지면서 부처 이름이 '7자'가 됐다. 영문으로는 "Ministry of Health, Welfare, Gender Equality And Family'로 숨이 차다.

기존의 농림부에 해양수산부의 수산 기능이 합쳐 탄생하는 '농수산식품부'의 이름도 병렬 작명의 대표적인 예다. '국토해양부' 역시 웃긴 조합의 예로 꼽힌다. 해양도 넓은 의미의 국토인데 굳이 해양을 집어넣은 것은 조직을 잃은 부처 공무원들을 위한 '배려'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추가 수정을 했다. 우선 당초 '인재과학부'로 정했다가 교육계의 반발로 재탄생한 '교육과학부'에는 '기술'이란 단어까지 포함하기로 한 것. 최종 명칭은 '교육과학기술부'로 역시 7자다. 누가 봐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깔끔한 이름을 정했다고 환영받았던 '문화부'도 각 집단의 로비에 허물어졌다. 기존 부처(문화관광부) 이름에 있던 '관광'은 물론 '체육'까지 붙게 됐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5년간 이름을 잃었던 체육계의 입장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부처 명칭이 실질적 조직 통합을 가로 막는다는 게 가장 많은 지적이다. 전직 관료는 "건설부와 교통부가 건설교통부로 합쳐졌을 때 건설부 출신과 교통부 출신으로 자연스럽게 나뉘어 통합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 의원도 "이름이 길어지다보니 작은 정부가 아닌 공룡부처의 탄생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사실"이라며 "외교부, 국토부, 교육부, 문화부 등과 같이 짧고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는 부처명을 정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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