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돌파 vs 孫의 결단 "무승부"?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2.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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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독주에 대응한 발목잡기...양측 모두 여론도 부담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한발 물러섰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다. 그간 "해양수산부 존치"라는 강경 입장을 견지해왔던 손 대표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조각 명단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감정도 상할 대로 상한 터였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그의 결단은 '전격'으로 불릴 만 하다.



손 대표는 19일 밤늦게까지 참모들과 회동, 의견을 청취했고 20일 새벽 입장을 최종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됐던 정국 파행이 초단기로 끝나게 된 데는 '여론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당선인이 조각 명단을 발표한 이후 논점이 '정부 파행 출범'쪽에 맞춰진 것도 손 대표의 운신 폭을 다소 좁힌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손 대표만 여론에 떠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당선인이나 한나라당도 비슷한 수위의 부담을 느꼈다. '발목잡기' 못지않게 '일방독주'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잖았던 게 사실.

실제 손 대표가 '결단'을 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내용을 보면 이 당선인도 통일부에 이어 여성부 존치로 물러섰다. 새 정부 파행 출범의 책임을 놓고 싸우느니 반 발짝씩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했다는 얘기다. 정치권 한 인사는 "굳이 승부를 따지자면 무승부 아니겠나"라고 했다.

겉으로는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총선을 염두에 둔 셈법도 주된 기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손 대표의 경우 최근 '견제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을 의식, 이 정도에서 타협하는 길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강력한 야당의 모습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도 궤를 같이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일정 정도의 성과를 얻은 만큼 무리한 승부를 택하기보다 정부 출범을 위한 '대승적 양보'의 모양새를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도 정부 출범의 차질을 최소화하는 실리를 얻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통해 '안정 의석'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효과도 얻었다는 자체 평가도 있다.



이 당선인과 손 대표간 싸움이 이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당장 두 사람은 '안정론'과 '견제론'으로 4월 총선에서 맞부딪쳐야 한다. 특히 양 진영간에는 묘한 감정적 대립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여야간 대결이 어느 때보다 팽팽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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