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라인 위기, ARS 정보 공개로 난국 타개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2.1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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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입찰 실패로 금리 급등…가격 투명화로 시장 원리 도입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의 등급 하향 위기로 경매채권(ARS) 시장이 위기에 처하자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돼오던 경매시장의 정보 공개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채권보증업체들에 대한 금융권과 정부의 신속한 자금 지원으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 위기가 해소되는게 시급하다.



이를 통해서만 2차 신용경색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보증업체들의 등급이 하향 조정할 경우 이들이 보증한 채권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에 서브프라임을 넘어서는 엄청난 위기가 발생할 수있다.

하지만 ARS 시장 역시 독자적인 생존 방안을 찾기 위해 시장 원리를 도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증권 규제당국이 3300억달러에 달하는 ARS 시장 정보를 공개를 위한 규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지방채 시장 감독 기구인 지방채규칙제정위원회(MSRB)는 채권 판매회사(딜러)가 경매 입찰자들의 수를 공개하는 한편 시장에서 얼마나 자주 경매에 실패하는지 여부를 공개하는 새로운 규정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지방정부들은 지방채를 ARS 형태로 발행하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은행들을 딜러로 선정하고 채권보증업체들로부터 발행하는 ARS에 대해 보증을 받는다.


◇ 모노라인 위기, ARS 시장 총체적 난국

그러나 최근 채권보증업체들이 등급 하향 위기에 직면하는 등 ARS 시장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지자 최근 2주간 ARS 입찰이 대거 실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찰에 실패하는 ARS들의 금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고, 시장 위험은 급증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을 포함한 은행들은 최근 1주 동안에만 수백건의 ARS 입찰에 실패했다. 입찰자들이 모노라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ARS를 매입하기 꺼려했고, 은행들 역시 추가 상각이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ARS 입찰 및 매수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독과점적인 ARS 시장에서 은행들의 ARS 입찰에 크게 의존해왔다. 은행들은 그동안 ARS에 입찰해 시장 실패를 막아오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정보는 완전히 공개돼있지 않아 어떤 딜러(은행)들이 시장 지원을 위해 개입하는지 또는 경매의 범주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 ARS 거듭된 입찰 실패로 금리 급등



펜실베이니어주 해리스버그 국제공항은 ARS의 입찰 실패로 7일동안 1500만달러 대출받는 비용(금리)가 기존의 두 배인 14%로 급등했다.

뉴욕과 뉴저지 항만 당국의 1000만달러 채권 금리도 전주 4.3%에서 20%로 재조정됐다. 이에 따라 항만 당국은 이주에만 30만5278달러의 이자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세이버 파트너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조셉 파이체라는 "ARS의 가장 큰 문제는 채권 신용도가 부도위험이 아니라 ARS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부족한 것은 일부 ARS 발행 당국이 소수 은행들에게 이를 배분할 수 있는 독점권을 주기 때문이다.



ARS는 보통 만기 20~30년의 장기 지방채이다. 그러나 7일, 28일, 혹은 35일 등 기간을 두고 입찰을 통해 주기적으로 금리를 재조정해 투자자들이 쉽게 손바꿈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입찰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발행자는 벌칙금리로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금리 부담도 떠안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국민 세금부담도 높아진다.

특히 가뜩이나 구매자가 없는 시장에서 큰 손인 은행들이 재정상 문제로 ARS 매입을 중단하면서 문제는 더욱 불거지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및 신용경색 여파로 지금까지 146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상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 규제당국 결국 정보 공개 결정



그동안 규제당국은 은행 등 ARS 딜러들이 시장에 대한 기본 정보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심지어 2년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벌금을 부과한 후에도 경매 가격 조작을 계속 허용했다.

그러나 이제 시장이 위기에 처하고 충분한 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채권 발행 기관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정보 공개를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크리스토퍼 콕스 미국 SEC 위원장은 "지방채 변동 금리에 대한 가격 정부의 불확실성은 매우 큰 단점"이라면서 "이번 규정 도입은 ARS의 가격 투명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SEC는 그동안 MSRB에 ARS 투명성을 위한 조치를 도입할 것을 요청해왔다.



ARS의 입찰 실패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올해에는 채권보증업체들의 등급 하향 조정으로 일부 회사채들도 뒤를 따르며 ARS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 정보 공개 위기 타개에 도움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 공개는 시장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입찰자의 수나 ARS 매각 주문 등 정보가 공개될 경우 ARS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우려는 크게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금리 수준을 밝히는 것도 투자자나 채권 발행자에게 모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그동안 투자자들은 ARS에 대한 수익률 정보를 거의 갖지 못했으며, 가격 정보가 투명해질 경우 시장 원리가 도입되고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채권보증업체들의 안정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들이 자금 지원을 통해 채권보증업체들의 등급하향을 막아야지만 궁극적으로 지방채 시장의 안정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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