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GMP, 중소 제약사 퇴출위협 현실화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김명룡 기자 2008.02.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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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데이션인력 태부족…대형 제약사도 인력 확보 비상

전면개정된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이 지난달 15일부터 시행되면서 중소 제약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의약품의 생산공정이나 설비를 강화된 기준대로 맞추자면 적잖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재정상태가 열악한 중소 제약사들의 경우 퇴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신약’에 대해 강화된 GMP규정(미국 수준의 GMP기준인 cGMP)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밸리데이션 실시 의무화와 품목별 사전 GMP 제도 도입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이로인해 업계의 엄청난 비용투자가 불가피해졌다는 것.



밸리데이션이란 원료나 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정과 방법, 시스템 등이 설정된 판정기준에 적합한 결과를 일관되게 얻을 수 있음을 검증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을 말한다. 각 생산제품이 일정한 품질을 갖고 있으며, 이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제도다.

당장은 신약 제조시설에만 적용되는 이 제도는 오는 7월에는 전문의약품, 내년 7월에는 일반의약품 제조시설로 확대된다. 수년 안에 모든 공장이 각 의약품당 밸리데이션의 적용을 받게되는 만큼 이를 위한 설비마련이 시급해졌다.



사전 GMP 제도란 의약품 허가 전에 회사측이 관리규정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를 현장점검하는 것이다. 서류로 통과됐던 것이 직접 현장의 감시를 받게 됐다. 여기에 기존 제형별 관리에서 품목별 관리로 바뀌면서 제품 품목당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됐다.

새로운 GMP규정을 관장하는 식품의약품안정청은 생산시설 규정 강화가 제약사들에게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중소형제약사들은 새로운 규정 충족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식약청이 지난해 말까지 1400여개 품목에 대한 신약 밸리데이션 자료를 요구하면서 한차례 제약사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던 상황.


한국제약협회가 주요 제약회사의 GMP투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6년 52개 제약기업이 5597억원을 투자했고, 2007년 이후로 59개 제약기업이 1조1078억원을 더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균해서 봐도 기업당 수백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같은 투자는 대형제약사에 비해 열악한 생산시설과 비숙련 생산인력을 갖고 있었던 대부분 중소형제약사에게 더욱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중소형 제약사 한 관계자는 “중소형제약사들은 제네릭(복제약)을 주로 생산하는 영세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공장을 업그레이드할 여력이 없어 사업을 정리하게 되는 제약사가 서서히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소형 제약사들은 밸리데이션 의무화에 따라 이미 제품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개별 의약품별로 밸리데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출 규모가 작은 제품은 제조관리할 여력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제약사 관계자는 “매출규모가 적은 품목까지 밸리데이션 자료를 마련하려면 품질관리부문에 현재의 인력의 배 정도 증원이 필요하다”며 “재정적인 부담도 클 뿐만 아니라 밸리데이션 인력 확보도 어려워 생산 품목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화된 의약품 생산구조를 갖추는 것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중소 제약사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시행 시기를 늦추는 정책적인 유연성이 아쉽다”고 말했다.



상황이 조금 낫지만 대형제약사도 예외는 아니다. 밸리데이션 인력확보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대형제약사 한 관계자는 “현재 품리관리부서에서 4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 인력으로는 1년에 40품목밖에 밸리데이션 자료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전체 생산품목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해 인력의 대폭적인 증원이 필요하지만 관련 분야 인력이 많지 않아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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