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의 몰락과 Silver Lining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1.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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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中위험 '부각'…"위기, 최대 기회일 수도"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중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이 유일하게 하락했다. 하락률은 5.75%로 낙폭도 크다. 현대미포조선 (105,900원 ▲2,500 +2.42%)도 7.14% 급락했다. STX조선(-5.26%), 한진중공업(-3.56%), 대우조선해양(-1.16%), 삼성중공업(-0.53%) 등 조선주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오전부터 JP모간 창구를 통한 '팔자'가 집중되면서 낙폭을 키웠다. 이날 JP모간 창구를 통한 매도주문은 12만9354주가 체결됐다. 이날 외국계창구를 통한 순매도는 13만2647주에 달한다. 외국인은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13일째 순매도중이다. 올들어 누적 순매도는 100만주가 넘는다.



외국인이 '팔자'에 나선 것은 UBS가 조선주가 단기간 약세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UBS는 올해 약한 신규주문과 철강 가격 강세 등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UB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주문 물량은 전년보다 30% 늘었지만 전달보다는 줄었다. 또한 수주 잔량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에서 올해에는 성장 둔화를 예상했다.

여기에 바클레이즈캐피탈이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8.8%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한 몫을 했다. 바클레이즈는 글로벌 수요 악화와 신용경색, 인플레이션 등으로 성장이 급감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은 지난해 11.4%의 성장을 보이는 등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에 한자리수 성장은 사실상 경착륙을 전망한 셈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 우려했던 것들이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며 "마지막 보루인 미국의 경기회복의 지연, 중국의 성장 둔화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주가 대거 약세를 보였지만 이날 지수는 10포인트가량 상승마감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급락후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이날 상승의 주역이 IT, 자동차 등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이전에는 중국 관련주가 하락하면 지수가 하락했는데 이제는 IT업종이 상승할 때 지수도 따라 오르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려감으로 주식시장은 반응한다. 최근 들어 우려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억지이고 고집일 수 있다.


실제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만큼 미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리서치가 드물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국은행과 정부조차 필요이상으로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최악의 위기일 때 희망은 보인다. 10년전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 코스피지수가 200대까지 추락했을 때만큼 기회인 적도 없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가 최근 '월마트스트리트'라고 불린다고 한다.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투자공사(KIC)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투자했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미국의 부실채권 인수 타진을 위해 조사단을 미국에 파견했다.

어두운 가운데 희망이 엿보이는 'Silver Lining(짙은 먹구름 주변의 밝은 햇살)'.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의 "떨어질 때 주식을 사겠다고 하는 사람은 절대로 주식을 살 수 없다"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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