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개편안 일부 후퇴···'접점 찾을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1.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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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원안통과'에서 '미세조정 가능'으로 입장변화

새 정부 조직개편안의 일부 수정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이후에 나온 변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입장 변화다. 정부조직법을 원안대로 통과시킨다는 강경 방침에서 '협상'을 통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긍정적 기대도 나온다. 인수위와 한나라당, 노 대통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접점찾기'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거다. 문제는 타협의 범위다. 인수위는 '미세조정'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노 대통령과 신당이 생각하는 조정폭은 훨씬 크다. 29일부터 본격 시작된 정부조직법의 국회 논의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인수위 '미세조정' 가능= 전날 노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이후 인수위의 발언 수위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인 박형준 의원은 이날 "정부 조직개편안의 미세 조정 과정은 필요할 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큰 틀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 조정'보다는 '큰틀 유지'에 방점을 찍은 말이지만 원안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드시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 "정치적 고려란 있을 수 없다"던 그간의 강경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선 셈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법률고문인 박희태 의원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약간의 손질이 안 되겠냐"라며 "골격은 유지하되 '정말 이건 폐지해선 안 되겠다' 한다면 타협이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역시 신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해 부분 수정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 국회서 접점모색, 유연성 발휘 왜?= 이같은 입장 변화의 기류에는 다분히 현실적인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전 정부 조직개편을 완료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돼 있다.

현재의 정치 지형상 한나라당의 나홀로 '밀어붙이기'론 정부 개편안 통과가 어렵다. 이 경우 각료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여곡절끝에 국회에서 통과된다 해도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할 개연성이 크다. 이래저래 '타협' 외에는 길이 없다는 얘기다. 이 당선인의 유연성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노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는 대신 청와대에 정부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설득의 정치'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의미로 국민 여론을 등에 업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압박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신당을 '협상 파트너'로 삼아 강경 일색인 노 대통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 통일부 존치(?), 타협점은 어디에= 하지만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한나라당과 인수위의 입장, 노 대통령의 요구, 신당의 대응 전략이 모두 다르다.



노대통령은 통일부, 여성가족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를 포함해 여러 위원회의 폐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국정 철학과 기조를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당은 통일부는 반드시 존치해야 하고 여성부, 과기부의 폐지도 반대하고 있다.

정부 부처 하나하나가 기능 중심의 유기적 관계로 조직돼 있어 원안의 대폭 수정이 어렵다는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 존치'가 접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통일부를 살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고 같은 당 김용갑 의원도 이날 통일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수위의 통일부 폐지 방침이 '협상용'이었다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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