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가 자초한 '영어논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1.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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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생각=국민들 생각은 성급"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 강화 프로젝트'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서로 공식 발표한 내용은 "2013학년도 입시부터 영어과목을 수능에서 분리하고 문제은행식 상시응시가 가능한 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하겠다"는 것 뿐이었다. 지난 22일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 때 발표된 내용이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평소 영어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약간 흥분해 예정보다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영어교육을 획기적,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식 토익, 토플 시스템을 만들겠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나라를 벤치마킹하겠다" 등등 기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말들이었다.

이에 △영어수업을 영어로 하는 교사 매해 3000명 양성 배치 △영어로 하는 몰입식 수업 확대 △원어민 보조교사 확보 등 영어 공교육 완성과 관련된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들이 새롭게 조명되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결국 병역특례제도와 결부돼 '영어 잘하면 군대 안간다'는 기사까지 나오자 인수위는 "오해, 혼선이 많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오해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몰입식 교육, 영어 전면평가 등에 관한 인수위 입장은 명확해졌지만, △해외 유학자들의 공익근무요원 활용 △주부 영어 인력 활용 △지상파 방송 뉴스의 전면 음성다중 방송화 등 새로운 호기심 거리를 잔뜩 제공했기 때문.

인수위는 영어공교육 관련 TF를 꾸리고 오는 30일 공청회를 열고 나면 혼란이 많이 가라앉을 것으로 판단하는 눈치지만,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새 정부 영어교육 방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왜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 해야 하느냐", "사교육이 강화되지 않겠느냐", "영어 못 따라가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 등의 인수위 일부 위원들 발언내용을 소개했다.

이 대변인은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영어공교육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데에 방점을 찍어 줄 것을 요청하지만, 국민들의 방점이 인수위 방점과 동일하게 찍혔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다.



일부 교사들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없는 국민들도 '일부' 인수위원들의 우려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인수위가 미쳤다'는 과격한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28일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인수위의 방향은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의 황폐화를 낳을 것으로 본다"며 "영어몰입식 교육은 한 마디로 미쳤다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인수위측은 대선공약 입안때부터 이 같은 방안들을 충분히 준비해 왔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이미 정책은 결정났고 공청회는 형식'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 설익은 정책 남발로 인수위가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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