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차기정부 개혁은 차기 정부서 하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8.01.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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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국회서 여러 가치 잘 반영해 균형 갖추면 저도 타협할 것"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참여정부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잘 심의해 넘어오지 않을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강력 시사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이 20여분간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국회의 심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거부권 행사를 거론한 이유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거부해 버리면 다음 정부가 아주 어려워질 것이고 혼선을 빚을 것이다. 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시사가 국회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거부권 행사는 사전에 예고하고 그것을 통해 심의에 영향을 미치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정치 과정 아니겠나. 정권 교체기에 다음 정부가 예고 없이 낭패를 봐서 안 된다고 (거부권 시사를) 예고해준 것이다.

▲거부권 행사 입장에 변함이 없나.
국회에서 심의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심의할 것이고 국회 심의가 그래도 돌려보내는 것보다 수용해서 모두가 어느 정도 합의되고 수용된 모습으로 되면 좋지 않겠나. 여지는 열려 있다. 다만 매우 중요한 문제에 관해 사회적 토론이 너무 없기 때문에 오늘 말씀 드리고 국회 심의 과정에 반영시켜 달라는 그런 호소로 받아들여 달라. 몇 가지 지적한 점은 보기에 따라 명료한 것이다.



예산처가 경제부처에 예속됐을 때와 중립을 지키고 경제부처와 사회부처의 토론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해나갈 때 사회적 가치가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몇 개 부처가 흩어지고 없어지는 부처 이해관계가 아니라 문화, 환경, 노동, 인권, 그 밖에 수많은 복지 주제들 이런 사회적 가치들을 경제논리 앞에서 어떻게 지켜낼 것이냐 이것이 독립된 예산처의 가치다.

균형발전은 국가적으로 합의한 거 아닌가. 기둥 뿌리를 뽑아 버리고 지붕만 남겨 놓으면, 껍데기만 남겨 놓으면 균형발전이 되겠나. 이런 여러 가지들을 잘 반영해 주시기 바란다. 뒤에 결과가 어떻게 되든 여러 가지 사회적 가치와 의견이 어느 정도 균형을 갖추면 저도 마음에 다 들지 않더라도 협상하는 마음으로 타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가치들이 훼손돼 있을 때는 그 때는 제 스스로 양심이라도 지켜야 되는 것 아니겠나.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상황에서 신구권력의 충돌로 비춰질 수 있다.
=선거로 모든 것을 백지 위임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제 스스로 질문을 했다. 그리고 또 제가 회견문을 읽으면서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저도 대통령으로 당선됐는데 지난 5년 동안 백지위임한 것 있나.


그 이전 대통령은 백지 위임 받았나. 노태우 대통령이 국민의 선거에 의해 당선됐다. 그 분이 원하지 않은 많은 일을 했다. 많은 민주주의 개혁을 떠밀려서 했다. 김영삼 대통령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것도 했지만 못한 것도 있고 하기 싫은 일도 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백지위임 받아서 일사천리로 했나.

이처럼 대폭적인 조직개편을 선거에 승리했다고 국회 심의도 생략하고 넘어가라는 것은 아니다. 물러나는 대통령 맞다. 나도 모양 내고 싶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리가 뻔한데 그 사리에 대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정말 맞나. 제가 발목잡기 하는 것이 아니고 저도 제 임기가 있다. 저도 제 임기가 있고 정치 철학과 소신을 갖고 있다.



첫번째 욕구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깊이 토론해 달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을 잘 참작해서 깊이 있게 토론해 달라는 것이고 두 번째 주문은 저 양심에 반하는 일을 강요하지 말아라, 정권 바뀌었지만 임기 동안에는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거다.

대통령 임기 5년은 길다. 다음 정부 조직은 다음 정부에서 해도 된다. 서로를 존중해야 하지 않겠나. 새 정부는 물러나는 정부의 소신과 철학을 임기까지는 존중해주고 물러나는 정부는 새 정부가 출범해서 일 잘하도록 정보 제공하고 협력해줄 거 협력해주면 되지 않나.

참여정부의 성과를 형편없이 깎아 내리는, 보기에 따라서는 깎아 내리기 위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법안에까지 꼭 서명을 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협력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근거도 없이 이유도 없이 발목잡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물러나서도 제 스스로, 가까운 사람한테도 떳떳하지 못하다.



지금 여론은 분위기가 있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여론이란 항상 그대로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나중에 없어졌던 조직이 하나씩 둘씩 살아나고 줄였던 정무직이 살아나고 위원회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 여론들도 달라질 것이다. 반드시 되살아나지 않으면 안 될 많은 조직이 문패를 내리고 있다.

후임 정부가 물러나는 정부 철학과 소신에 맞춰 달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차기 정부의 개혁은 차기 정부에서 하라는 것이다. 최소한 그것만은 지켜달라는 것이다. 앞부분 말씀 드린 것은 국회에서 심의 잘 해달라는 것이고 뒷부분은 제 임기를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개편하고 취임한 2번 사례 있지만 그 외 어느 선진국에서 이런 상황이 있나. 우리도 2번의 사례가 특수한 상황이었다. 세계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 선거 당선됐다고 정부 조직 다 뜯어놓고 취임하는 대통령이 어디 있나. 물러나는 대통령에게 서명하라고 요구하는 대통령 어디 있나. 철학과 가치를 훼손시키는, 파괴하는 법안에 서명하라는 나라가 어디 있나. 조금 시간이 더 걸리면 되지 않나. 그게 정당한 것이라면. 국회에서 이유 없다고 한다면 대통령이 못 받아들이면 시간 더 걸리면 되는 것이다.



여야가 합의했던 행정수도법이 헌재 가서 깨지고 행정도시법으로 2번씩 바뀌었지 않나. 그래도 행복도시는 건설되고 있다. 조금 늦어진다고, 무슨 큰 혼란이 있겠습니까. 저는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분위기 이제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 선거는 끝났다. 벌써 4월 선거 분위기에 그렇게 휘말려 들어가는 것도 국가 경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냉정하게 따질 것은 따져야지 이것도 백지위임하고 나중에 이상하게 됐다고 오고 그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수용할 수 있고 타협할 여지 있는 개편안 수정의 기준은.
=협상용이라기 보다는 신중하고 책임 있는 논의를 해서 정부조직 개편이 되더라도 큰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그리고 미래 정부 운영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가치 있는 부처는 체계를 그대로,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체계를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국회에서 신중하게 심의를 하면 제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대안들도 있을 수 있다. 가치가 살고 전략이 살고 그런 대안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라면 저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균형발전 정책은 아마 물 건너 갈 거다. 그렇게 생각한다. 이 점에 있어서 좀 깊이 들여봐 달라는 주문으로 그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협상 제안이 아니라 그런 요청으로 받아들여 달라.



어떤 것이 데드라인이냐. 어느 정도이면 수용하고 어느 정도이면 거부할 거냐. 저도 지금 딱 잘라 말씀 드릴 수가 없다. 대개 이 법안들을 깊이 들여다보면 대개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모양은 서로들 체면을 살려야 하니까 그런대로 껍데기는 변해도 알맹이는 살아 있는 수도 있지 않겠나. 저는 알맹이다. 껍데기가 없으면 알맹이가 버틸 수 없는 그런 구조도 있다.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규정해서 이리 주문하고 저리 주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중에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해서 법안이 오면 그 때 또 다시 우리 참모들과 여러 점에서 분석해보고 각 분야별로 이 정도면 균형발전 살아 갈 수 있겠느냐, 이 정도면 과학기술 혁신 체계라는 것이 그런 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 이런 여러 가지를 봐야할 것이다. 그것을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은 얘기한 것은 예를 든 것이다. 중요하게 말씀 드린 것이 예산 기능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라. 예산 기능이 이 시점에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 원칙적으로 예산은 대통령 직속권한이다. 내각제도 총리 직속 권한이다. 어떤 특정 부처에 예속시키는 것이 아니다. 가치의 균형이다. 중기 재정 계획 보라. 중기 재정 계획의 추세선을 보라. 그 선이 어떻게 앞으로 변화할 것인지 가만히 들여다보라. 깊이 살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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