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국회 입법 과정에 '올인'하려던 한나라당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선 답답하게 됐다. 특히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한층 강경해졌다는 점에서 앞길이 더욱 불투명하다.
지난 23일 "상황 진전에 따라 재의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던 입장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으로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시 재의 요구(거부권)를 예고하고 나선 셈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등의 반발로 가뜩이나 국회 논의도 어려운 터에 현직 대통령의 '비토'라는 복병이 현실화된 탓이다.
통일부 폐지 등에 강력 반발해 온 신당도 이날 "현직 대통령이 걱정하는 것이 많은 국민의 걱정과 크게 다르지않은 것 같아 이해가 간다(최재성 대변인)"고 노 대통령을 거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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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의 가장 큰 걱정은 새 정부 출범까지 이 당선인이 짜놓은 '타임스케줄(일정표)'이 모두 엇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당선인은 정부 조직개편을 취임 전에 완료하고 집권 초기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사실상 취임 이전에 정부 조직을 '세팅'하겠다는 구상은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노 대통령의 재의 요구시 국회는 반송된 법안을 재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취임일(내달 25일)까지 시간을 맞추기가 빠듯하다는 게 문제다.
재의결 요건도 까다롭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과반도 어려운 처지에 한나라당 의석수(130석)만으로는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진행 중인 각료 인선을 완료해도 조각 명단을 발표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장관없이 정부가 출범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조직법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당의 사수 의지가 강한 통일부를 존치시키는 방안이 거론되는 건 그래서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통일부는 살려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18부4처를 13부2처로 축소 개편한다는 인수위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원안 통과에 대한 이 당선인의 의지가 강하다"며 "최대한 노력해 원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