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비토',정부조직개편 멈추나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1.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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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거부권 시사에 인수위·한나라당 '난감'

임시국회 첫 날, 새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이 최대 걸림돌을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내용과 절차를 문제삼아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입장을 재확인한 것.

당초 국회 입법 과정에 '올인'하려던 한나라당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선 답답하게 됐다. 특히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한층 강경해졌다는 점에서 앞길이 더욱 불투명하다.



노 대통령은 "굳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상황 진전에 따라 재의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던 입장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으로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시 재의 요구(거부권)를 예고하고 나선 셈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노 대통령의 '압박용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인수위와 한나라당에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대통합민주신당 등의 반발로 가뜩이나 국회 논의도 어려운 터에 현직 대통령의 '비토'라는 복병이 현실화된 탓이다.

통일부 폐지 등에 강력 반발해 온 신당도 이날 "현직 대통령이 걱정하는 것이 많은 국민의 걱정과 크게 다르지않은 것 같아 이해가 간다(최재성 대변인)"고 노 대통령을 거들고 나섰다.


인수위의 가장 큰 걱정은 새 정부 출범까지 이 당선인이 짜놓은 '타임스케줄(일정표)'이 모두 엇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당선인은 정부 조직개편을 취임 전에 완료하고 집권 초기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사실상 취임 이전에 정부 조직을 '세팅'하겠다는 구상은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노 대통령의 재의 요구시 국회는 반송된 법안을 재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취임일(내달 25일)까지 시간을 맞추기가 빠듯하다는 게 문제다.



재의결 요건도 까다롭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과반도 어려운 처지에 한나라당 의석수(130석)만으로는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진행 중인 각료 인선을 완료해도 조각 명단을 발표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장관없이 정부가 출범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조직법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당의 사수 의지가 강한 통일부를 존치시키는 방안이 거론되는 건 그래서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통일부는 살려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18부4처를 13부2처로 축소 개편한다는 인수위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원안 통과에 대한 이 당선인의 의지가 강하다"며 "최대한 노력해 원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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