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새로운 시도들의 현주소

머니투데이 오상연 기자 2008.01.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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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입시사정관제 안착 시간 걸린다, 학교현장과 조화도 필요"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해 입시에 반영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그 중 하나로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하는 전문 인력이 자체 기준으로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입학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2004년 8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 방안이 나올 때 발표됐고, 2007년 8월 10개 대학을 시범대학으로 선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경북대와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 10개 대학이 현재 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올해 40개 대학으로 시범 대학을 확대하고 예산도 198억원으로 대폭 증액하며 새 제도 실시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태한 경북대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지난 해 입학사정관 2명을 공개 채용했으며 이들을 포함한 10여명의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 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대는 빠르면 2009학년도 늦어도 2010학년도에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 보조 없이 '자체적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고려대의 박유성 입학처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입학사정관제를 포함해 다양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복안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연착륙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쪽이 지배적이다.

명확한 수치로 계량적인 입시 사정을 해도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는 한국 입시의 특성상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통한 정성적 평가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쉽게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대입제도 개선안에 입학사정관제를 포함하는 방안을 담당했던 한 교육부 관계자는 "2004년 당시 입학사정관제는 대학과 수험생 간의 낮은 신뢰도 탓에 활성화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인수위 자문위원인 이명희 공주대학교 교수는 "수험생 간 첨예한 경쟁 심리가 있는 상위권 대학이 선도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위권 대학부터 가능성 있는 학생들을 입학사정관제 등을 통해 유치해 나가면서 적용 대학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외에서 대학 입시 전형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는 대학과목 선이수(UP, University-level Program) 제도도 출발이 쉽지 않다.

UP 제도는 지난 해 여름 시범운영을 거친 뒤 지난해 12월부터 고교생들의 지원 원서를 받았다. 그러나 원서를 제출한 16개 대학 중 4개 대학은 지원자 미달로 전체 개설 강좌를 폐강했다. 나머지 12개 대학에서도 절반 정도의 강좌는 같은 이유로 폐강됐다.

심화된 학습을 원하는 수험생들이라도 당장의 입시에서 특별한 인센티브 없이 소화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이화성 교육부 대학학무과 연구사는 "UP제도는 애초부터 수강자와 대학의 자율에 맡겨진 제도이기 때문에 입시 전형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라는 강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대학이 장기적 관점으로 인재육성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한다면 정착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5개 개설 과목 모두를 폐강한 인하대의 김영철 입학전략팀장은 "제도를 도입하고 실행하기 이전에 일선 고등학교 교사나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정밀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취지가 좋더라도 교육 수요자들에게 충분한 유인이 되지 않는다면 이번 경우처럼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두영택 뉴라이트교사연합 상임대표는 "새로운 제도를 혁신처럼 내놓기보다 추진 제도의 실행과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정책 실명제 등을 도입해 정책 입안 과정에서부터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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