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자 미국 자산 매입 100% 증가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1.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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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경색+약달러, 미국은 지금 바겐세일중

"미국이 싼 값에 팔리고 있다. 미국인의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기업은 매사추세츠의 플라스틱 제조회사를 사들였다. 11월 프랑스 회사는 미시간의 아드리안에 새로운 공장을 지었다. 12월 영국 회사는 뉴저지의 감기 시럽 제조회사를 샀다.

중동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의 기업들이 미국 기업을 사는 사례는 셀 수가 없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지금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게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신용 경색, 실업률 증가, 잠재적인 경기침체 불안감 등이 맞물림에 따라 미국의 기업가들과 관료들 역시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해외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자 미국 인수 4140억달러, 100% 증가
해외 투자자들은 신용경색에 망가진 미국 경제와 기업의 약점 여기에 약달러 매력까지 이용하며 공격적으로 인수에 나서고 있다. 10년 전 한국의 외환위기를 연상시킨다. 일부 자산은 '폭탄세일' 양상이다.



미국의 리서치회사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투자자들이 사적 계약과 공개시장 등을 통해 미국 기업의 지분 인수, 공장과 부동산 매입 등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414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일년전에 비해 90%, 지난 10년의 연평균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이뤄진 모든 거래의 4분의 1이 넘는다.

올들어 첫 2주동안 해외 투자자들은 226억달러 상당의 미국 기업 인수에 합의했다. 이는 전체 거래의 절반을 넘는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이같은 흐름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약달러, 미국 자산 '싸다 싸'
약달러는 미국 기업과 자산의 가격을 보다 싸게 포장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캐나다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해도 중동과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은 고유가에 힘입어, 중국과 독일은 수출 호황에 힘입어 순항하고 있다. 아직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지난 11월 독일 티센 그룹의 스테인레스 회사가 알라바마 칼버트에 있는 철강 공장을 37억달러에 인수했다. 위르겐 페흐터 최고경영자는 당시 미국 안에서 생산 단가가 저렴하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로 인해 수백만명의 신규 소비자를 창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토요타와 소니와 같은 일본의 대기업들도 미국에 자본투자를 늘리고 있다. 리서치회사인 OCO모니터에 따르면 해외 기업들의 미국내 자회사 투자는 2006년 392억달러에서 지난해 433억달로로 증가했다.



◇미국 정체성-지위 흔들
불어나는 해외 자금으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은 한층 약화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해외 자금을 끌어와 새로운 발전 전략을 짜는 변화도 가져왔지만 동시에 미국의 부를 외국인의 통제권 안에 둬야한다는 긴장감도 형성되고 있다.

특히 중동과 중국 등의 국부펀드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국가들이 미국의 금융시스템이나 군 산업과 관련된 기술에 대해 영향력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 경선에 나선 민주당 주자들은 국부펀드의 투명성을 높이는 국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침체로 가고 있는 미국 경제에 가장 좋은 처방이 무엇인지, 국부펀드를 비롯한 해외 투자를 어떻게 봐야하는지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부정적인 의견만 있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한다는 시각도 적지않은 것. 무엇보다 곤경에 빠진 기업들에게 자금을 수혈해 계속 영업을 하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 메릴린치 씨티그룹 모간스탠리 같은 월가의 은행들은 많은 덕을 보고 있다. 이들은 서브프라임 관련 대규모 손실 충격을 덜기 위해 중동과 아시아 국부펀드로부터 거액을 긴급 조달했다. 은행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 유동성을 갈망하는 상황이다.

◇미국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 아니다'
일부 강성 노조에서는 이같은 해외 기업 유치에 대해 세계화가 가져온 폐단의 '최신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부펀드에 대한 비판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예일대 경영학부의 무역 전문가인 제프리 E. 가텐은 "시장 자본주의에 반하는 국가 자본주의라고 불릴 만한 현상"이라며 "미국은 지금까지 이정도로 심각하게 외국에서 돈을 받는 쪽에 서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망가진 미국의 현주소를 감안했을 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는 고백이 적지않다. 미국내 해외 기업에 일하는 미국인들은 5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같은 업종의 국내 기업에 비해 30%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3분의 1은 제조업이다. 다수의 주정부에서 해외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다. 미시간 주지사인 제니퍼 M. 그랜홀름은 "우리는 지금까지 제조업에서 40만명을 잃었다. 주민들을 위해 일자리를 가져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일본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장 분석가인 짐 크래머는 지난주 CNBC에 출연해 해외의 국부펀드의 중요성에 대해 일장 연설을 퍼부었다. 그는 "공산주의자들이나 테러리스트가 우리의 은행들을 소유하기를 원하는가. 미국은 지금 매우 절망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돈이든지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실용적인 관점을 중시하는 노조 쪽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어느 나라에서 돈이 들어오는지 선택할 입장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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