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마지막 승부수는 국회 본회의"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8.01.16 16:50
글자크기

폐지 확정발표, 국회에 실낱 희망 걸어

해수부 "마지막 승부수는 국회 본회의"


불과 두 달 전 2012 여수 엑스포 국내 유치 결정으로 서울 계동 해양수산부 앞 광장을 가득 채웠던 축제분위기는 자취조차 찾을 수 없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6일 해수부를 국토해양부·농림해양식품부 등 신설부서와 환경부로 삼분하는 내용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기 때문.



이번 안에 따르면 해양정책·물류·항만 기능은 국토해양부로, 수산 기능은 농림해양식품부로, 해양환경 기능은 환경부로 각각 이관된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인수위 발표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우리 전부 옷 벗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한 표정으로 사무실마다 삼삼오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있었다.



건물 바깥 지하1층의 흡연구역에 모여 있던 해수부 직원들은 "이제 서로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끼리) 담배 한 개피 나눠 피려 나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항만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운영 업무를 위해 지난해 신설된 항만재개발기획관실은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해체하라는 소리가 나오니 손에 업무가 잡히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기획관실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우리 기획관실 인원 4분의 3이 신설되는 국토해양부로 옮겨야 한다"며 "우리 중 옷벗어야 하는 사람이 나오는 건 아닌가 다들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양경찰청이 국토해양부가 아닌 농림해양식품부로 이관된다는 안을 보고 '내 눈이 잘못됐나' 의심했을 정도였다"며 "해경 업무와 농림·식품 업무를 도대체 어떻게 연결시키려는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이 항만·수산·해양정책 기능을 통합한 한국의 해양수산부를 벤치마킹하려고 정보 공유를 요청하는 마당에 우리는 되레 거꾸로 다 흩어버리려 한다"며 이번 인수위 안을 비판했다.



중국 청도의 한·중 해양과학 공동연구센터 정회수 소장도 지난 15일 홈페이지 게시글에서 "개수로만 작은 정부가 될 뿐"이라며 "분산된 해양행정체계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은 논의의 가치마저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한편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21일 국회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등 16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고 이달 말까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 존치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해체되면 해체되는 것이지만 그 때까지 두고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