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에게서 배우는 '창업 원칙'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2008.01.2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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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영화 속 경제이야기

미국의 여러 슈퍼 히어로 중 뉴욕시민이 가장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는 누구일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슈퍼 히어로는 많이 있다.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X맨, 헐크. 데어데블, 600만불의 사나이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역사적 영웅’이 없는 미국인들에게 이들 영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미국출신 슈퍼 히어로 중 뉴욕커들이 가장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는 바로 스파이더맨이다.
스파이더맨에게서 배우는 '창업 원칙'


다른 슈퍼 영웅들은 활동무대가 꼭 미국일 필요는 없다. 어느 곳에서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악당’을 처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뉴욕 맨해튼이 아니면 슈퍼 히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스파이더맨의 ‘장기’ 중 하나는 바로 높은 빌딩 사이를 거미줄을 이용해 ‘날아다니’는 것. 이 때문에 높은 빌딩이 없는 도시에서는 빠른 이동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하라 사막이라면 다른 슈퍼 히어로들은 자신의 힘 또는 첨단 장비를 이용해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날지 못하고 뛰어다니며 악당을 처리해야 한다.



2002년 5월3일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감독 샘 레이미/주연 토비 맥과이어, 크리스튼 던스튼, 윌리엄 데포/제작 콜롬비아픽처스)은 1961년 만화로 출간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스탠 리 지음)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은 당연히 원작과 마찬가지로 뉴욕이 배경이다.

스파이더맨에게서 배우는 '창업 원칙'
영화 <스파이더맨>은 평범하고 내성적인 고등학생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 분)가 우연히 유전자 조작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된 뒤 실험 도중 가스에 중독돼 악의 화신으로 변한 친구의 아버지 그린 고블린(윌리엄 데포 분)과 싸우면서 혼돈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내용의 영화이다. 첫 편의 성공 후 <스파이더맨>은 시리즈로 3편까지 나왔다. 현재 4편 시나리오가 제작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더. 스파이더맨이 실존한다는 전제하에서 만약 뉴욕 맨해튼에 가서 창업을 한다면 어떤 업종이 가장 장사가 잘 될까?

스파이더맨은 빌딩숲 사이를 날아다니기 위해 ‘거미줄’을 매우 쏘아 댄다. 혼자서 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이 거미줄을 절대로 회수하지 않는다. 아니 거미줄이 끝없이 생성되기 때문에 회수할 필요가 없을뿐만 아니라 악을 처단하기 위해 이를 회수할 시간도 없다.

그렇다면 스파이더맨이 쏘아댄 거미줄은 맨해튼에 즐비한 건물들 벽에 붙어있을 수밖에 없다. 맨해튼에서 범죄사고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스파이더맨이 출동할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마천루에 즐비한 거미줄은 거리 미관상 상당히 거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거의 매일 건물 외관 청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건물 외관 청소업을 하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을 비롯한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개척하는 방법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잘 아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시대상황이 뒤따라 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자신이 잘 아는 일도 시장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이 있는 뉴욕’에서 건물 외곽 청소업은 범죄가 있는 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물론 시장이 있기 때문에 경쟁이 있을 것이므로 선점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마케팅, 서비스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스파이더맨에게서 배우는 '창업 원칙'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를 보자. 피터 파커는 취직을 못한 20대 청년이다. 속된말로 ‘이태백’ 중 한명이다. 피터 파커는 슈퍼 거미의 ‘초능력’이 생긴 이후 새 차를 사기 위해 지하 레슬링 경기에 나서는 등 ‘돈’에 대해서는 궁핍한 삶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고학생(苦學生)이다.

정신을 차리고 ‘스파이더맨’이 된 후 스파이더맨이 뉴욕에서 인기를 모으자 스파이더맨인 자신의 사진을 찍어 신문사 계약직 사진기자가 된다.
이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고장 난 방문을 고칠 비용도 없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방세에 허덕이고 있다. 돈이 없어 사랑하는 애인도 놓칠 지경이다.



말이 좋아 신문사 사진기자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계약직(실제로 <스파이더맨 3>에서 파커는 경쟁자에게 밀려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물론 그 경쟁자가 사진을 조작한 것이 들통 나 다시 계약을 하게 됐지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영삼 정부 말기에 계약직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불안요소로 대두된 바 있다. 비정규직 수는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 기준으로 380만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46만명으로 늘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부가조사에 따르면 2001년 8월 현재 계약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89만원으로 정규직 169만원의 약 53%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화되면서 정부차원에서 지난해 7월 비정규직보호법을 시행해 무기 계약직으로의 전환시점을 2년으로 정하는 등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경영에 부담을 느낀 일부 회사는 법 시행 전에 비정규직을 대거 해고했고 이에 맞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등 노사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노동적인 입장에서 볼 때 비정규직은 고용안정이라는 면에서 문제가 크지만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제도다. 고용 유동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또 기업입장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어차피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에서 비정규직을 악의적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필요한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스파이더맨, 아니 피터 파커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그는 신문사 계약직 사진기자가 될 수 있었을까. 아닐 가능성이 크다. 계약직 사진기자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파파라치’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파파라치에 대한 개념이 사실상 없다.

파커가 스파이더맨만으로 계약직 직원으로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프리랜서’가 아닌 계약직 직원이 정규직으로 가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기 위한 자기계발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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