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길따라 돈이 넘친다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2008.01.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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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설치후 유동인구 급증…독방 많은 식당 신바람

"넥타이 매고 정치 얘기하면 인수위 분들이죠."

한적하고 깔끔한 맛집이 많아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알려진 삼청동. 연인들이 걸을 이 길이 넥타이를 맨 '이방인'들에게 점령당했다.

이방인들의 정체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 인수위 사무실이 마련된 한국금융연수원과 교육소청심사위원회가 삼청동 중심에 자리잡은 터여서 이 동네의 한적함은 잠시 사라졌다.



현재 인수위 정원은 184명. 인수위 브리핑 실에서 상근하는 기자들도 약 30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업무보고를 위해 찾아오는 정부부처 공무원, 정치인 등을 합치면 인수위 설치 이후 유동인구가 600~700명은 늘어난 셈이다.

삼청동 길따라 돈이 넘친다


한 겨울 삼청동의 정취는 사라졌지만 삼청동 주변 맛집의 주인들 얼굴은 오히려 밝아졌다. 웃음을 참지 못한다. 최대 수혜자는 금융연수원 내 매점. 음료수 등의 매상이 늘어난 것은 기본이고 '허기진' 기자들의 '요구(?)'에 김밥과 샌드위치까지 들여놨다. 아침에 30개의 김밥을 들여 놓는데 오전 9시 전후로 동이나 개수를 늘리기로 했단다.



삼청동의 식당 주인들도 인수위 설치 이후 "피부로 느낄 만큼 매출이 늘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일손이 바쁘다는 즐거운 비명도 빼놓지 않았다.

국가경쟁력강화특위가 위치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바로 앞에 위치한 샤브샤브 요리점 '산적'. 인수위 설치 이후 손님수가 20%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 식당 사장 A씨는 "앞으로 인수위 활동이 더 활발해지면 손님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두부 요리 전문점 '온마을'도 '잘나가는' 음식점 중 하나. 온마을 사장 조 아무개씨는 "인수위 출범 후 손님이 늘어나 직접 만드는 서리태 두부의 양도 1.5배 이상 늘렸다"고 자랑했다. 상대적으로 한가했던 저녁 때도 손님이 몰리는 것도 생각지 못한 효과다.


이들이 전하는 인수위 손님 특징도 재밌다. 한 음식점 사장 B씨는 "인수위에서 오는 손님들은 주로 독방을 원하고 앉아서 조용히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독방이 6개 있는 한 음식점 사장은 "손님이 정말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모든 테이블이 독립된 방 형태로 돼 있는 한정식집인 '배동받이'도 인수위 멤버들이 좋아하는 장소. 이 식당 주인 C씨는 "인수위가 들어온데다 연말도 겹쳐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반면 방이 없이 홀로만 구성된 식당의 반응은 좀 다르다. 독방 없이 홀 두개로만 이뤄진 설렁탕 가게 사장은 "크게 손님이 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삼청동의 명물인 수제비집 주인도 "특별히 손님이 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가게 주인들이 보는 인수위 직원들은 어떤 모습일까. 삼청동 길 중간의 커피전문점은 '스토리73th'의 매니저 최영아씨는 "양복 입은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한다.

최씨는 또 "대화를 할 때도 당선인 얘기를 많이 하고, '어떻게 자리 좀 마련해 보라'는 농담을 자기들끼리 하곤 한다"고 전했다. 목에 출입증을 걸고 있는 것도 인수위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전한다.



반면 인수위가 들어서 불편해진 것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아지다보니 교통체증과 주차난이 심해졌다. 길을 따라 길게 배치된 전경 버스들도 주말 데이트 손님이 많은 삼청동 주변 상점들에게는 손꼽히는 불만사항이다.

한 샌드위치 가게 주인은 "당선인이 오면 특히 더 많은 경찰과 경호원들이 배치되고 주차 단속도 심하게 한다"며 "주말에 나들이 나오는 연인들이 전경들 때문에 위화감을 느낀다는 말도 많이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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