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글로벌 뷰티 지주회사로의 진화

김일태 객원필진 2008.01.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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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김일태의 기업이야기

WWD가 발표한 2006년 자료에 따르면 세계 화장품 기업 TOP100 중 태평양의 핵심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이 매출액 14억 달러로 22위에 당당히 랭크되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막강한 내수판매력을 바탕으로 프랑스를 시작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글로벌 뷰티기업으로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제2의 내수시장으로 성장시키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동사는 2006년 6월 1일 사업전문회사인 아모레퍼시픽과 인적분할되었다. 당시 분할비율은 태평양 대 아모레퍼시픽이 0.32 대 0.68의 비율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주력 제품인 화장품과 생활용품, 녹차사업부문을 영위하고 동사는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해 퍼시픽글라스, 장원, 태평양제약을 거느리는 지주회사로 출범하였다.



분할 이 후 동사는 현물출자를 통한 공개매수로 아모레퍼시픽 지분 35.5%를 확보하여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켰는데 이러한 공개매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서경배 사장의 태평양 지분은 25.39%에서 51.37%로 증가하였고 현재는 55.7%에 이르고 있다.

또한 지주회사 전환 후 주식스왑을 하기 직전 장녀인 서민정양에게 우선주를 대상으로 전격증여를 실시하여 현재 서민정양은 주식스왑을 통해 태평양 신형우선주의 26.48%를 보유한 우선주 최대주주로 올라가 있다.



이 주식은 10년후 태평양 본주로 전환이 가능한데 만약 전환한다면 서민정양은 지주회사 지분 3%를 확보하게 된다. 태평양은 지주사전환을 통해 이러한 지배권 강화뿐만 아니라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나아갈 초석을 마련하였고 사업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핵심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태평양과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사장의 존재 없이는 설명할 수가 없다. 서경배 사장은 태평양의 창업주인 개성상인 고 서성환 회장의 차남으로 1963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코넬대를 거쳐 태평양에 입사하였다.

1991년 태평양그룹 기획조정실장으로 당시 태평양 증권 등 비관련사업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였고 그 후 태평양 그룹의 구조조정을 전담하여 태평양 돌핀스, 태평양패션, 태평양정보기술 등을 매각하고 직원수를 반으로 감축시켰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으로 부채상환에 주력하여 재무구조를 개선시켰고 핵심사업분야에만 주력하여 메가브랜드 육성과 글로벌화에 전념하였다.


동사의 10년간 구조조정의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1년 당시 태평양은 야구단과 농구단을 포함하여 계열사 수가 무려 24개에 달할 정도로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로 인해 부실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LG화학(現 LG생활건강), 코리아나 화장품 등 국내업체들과의 경쟁심화와 화장품 시장 전면 개방에 따라 로레알, P&G, 유니레버 등의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에 상륙하기 시작하면서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동사는 이와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당시 그룹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서경배 상무의 주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된다. 당시 서경배 상무는 비관련 사업을 처분하고 본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살아남는다고 판단하고 비관련사업 매각을 추진했다. 그리하여 비관련사업 매각, 유사업종 통폐합, 대규모 감원 등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10년간 펼친 결과 2001년 계열사수가 10개사로 줄었고 현재 6개사에 이르고 있다.



1991년 태평양증권, 태평양경제연구소, 태평양투자자문을 선경 그룹에 매각하였고, 태평양전자, 태평양물산, 태평양시스템 등 전자관련업체를 합병한데 이어 한국훼라이트, 태평양금속 등 금속관련업체들도 합병하였다. 1995년에는 태평양돌핀스 야구단을 현대그룹에 매각하였고 한국써보를 청산하였다.

1996년에는 태평양패션을 거평그룹에 매각하였고 1997년 태평양여자농구단을 신세계에 매각했다. 1998년에는 흥덕, 태신인쇄 등 인쇄업체들을 합병하고 태양잉크를 일본 다이요잉크에 매각하였다. 1999년 동방상호신용금고를 매각하였고 태평양정보기술과 태평양시스템을 청산하였다. 2000년에는 태평양생명을 감자하여 동양생명과 합병시켰고 2001년 동방기획을 BBOD에 매각하였다.

이러한 한발 앞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결실로 동사는 IMF위기를 피해가며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1997년 하반기에서 1998년 상반기까지 화장품시장이 마이너스 11%의 성장률을 기록할 때 동사는 같은 기간 10.2%의 플러스 성장과 경상이익 40% 증가를 기록하였다. 1991년 마몽드, 1994년 라네즈, 1995년 헤라, 1996년 아이오페, 1997년 설화수 등의 브랜드를 출범시켰고 오늘날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메가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이러한 비핵심사업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의 성과는 눈부시게 나타났다. 1996년 당기순이익 51억 원에서 2000년 847억원으로 5년 만에 16배 이상 늘어났고 2005년에는 당기순이익 1650억원으로 10년 만에 32배 이상 성장했다. 주가도 이를 정확히 반영하여1996년 평균주가 1만5700원 대비 2007년말 기준으로 분할 감안하여 약 32배 이상 상승하였다.

동사는 아모레퍼시픽과 아모스프로페셔널, 에뛰드, 장원, 퍼시픽글라스, 태평양제약의 6개 핵심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동사의 핵심사업자회사로 화장품 사업부문은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마몽드, 라네즈 등의 5개의 메가브랜드를 중심으로 10여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MB&S 사업부문은 헤어케어 브랜드인 미장센과 댄트롤, 오랄케어 브랜드인 매디안과 송염, 건강식품 브랜드인 VB프로그램, 그리고 녹차점유율 1위인 설록차 사업부로 이루어져 있다. 2007년 예상 매출액은 1조3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900억원 이상을 기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매스마켓의 직거래 전환완료로 인한 유통구조 개선, 글로벌 진출 등으로 인해 매년 꾸준한 이익과 성장이 기대된다. 태평양제약은 관절염팻취제인 케토톱을 주력제품으로 하며 그 외 판토톡, 라미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에 출시한 퍼스트제네릭인 보톡스 메디톡신이 매출 40억원을 넘어서며 선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R&D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올해는 매출액 1400억원, 100억원 대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뛰드는 미샤,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이 선점하고 있는 브랜드샵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이다.

브랜드샵의 확대를 정면으로 겨냥해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허브스테이션과 함께 출범한 에뛰드 하우스는 공격적인 확장으로 올해 150개 점포로 확대할 예정이다. 퍼시픽글라스는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병유리제조업체로 동사가 합병하였다가 물적분할하여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50% 정도가 태평양으로부터의 매출이고 나머지는 다른 국내화장품 회사로 납품한다.

장원은 설록차의 원료가 되는 녹차 재배 및 가공업체로서 퍼시픽글라스와 마찬가지로 동사가 합병하였다가 물적분할하여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아모스프로페셔널은 파마약, 샴푸 등 헤어제품 전문제조 업체로서 동사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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