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소리' 美주택침체 내년 더 심해진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2.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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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는 C.W. 힉스와 샌디 힉스 부부는 2년전 23만7000달러 규모의 변동금리 모기지(ARM)를 대출받아 1300평방피트에 달하는 침실 4개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금리 조정이 이뤄지면서 그들의 월 납입금액은 처음보다 무려 50%나 늘어난 2700달러가 됐다. 이 부부는 더 이상 이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올해 65세의 트럭 운전사인 C.W 힉스씨는 "결국 집을 압류 처분 당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조그만 집을 렌트해야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힉스 부부 뿐만 아니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더 많은 미국인들이 모기지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지난 3분기 모기지 부도율은 20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주택 시장 침체가 내년에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페니매와 리먼브러더스의 모기지 산업 관련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주택 경기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페니매는 내년 기존주택판매가 12% 가량 감소할 것이며, 기존주택가격 역시 4.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먼브러더스의 애널리스트들도 모기지 대출 부도가 올해 30만개에서 내년 10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리먼브러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단 해리스는 "우리는 주택 충격의 절반만큼만 지나온 상황"이라며 "주택 부문 약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올해 미국 주택 가격의 중간치(Median)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미국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인 골드웰 뱅커 리얼에스테이트의 짐 길레스피에 최고경영자(CEO)는 "부동산 시장은 내년에도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 소재 크레디트사이트의 애널리스트들 역시 주택 경기가 2009년까지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무디스의 이코노미닷컴도 내년 주택 매출이 정점에서 40%가량 감소하며 바닥을 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의 모기지 대출 부도 증가를 막기 위한 대책도 실질 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어 소재 뮬렌캄프&코의 사장인 론 뮬렌캄프는 "모든 상황이 사람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 기준으로 미국 5위 건설회사인 레나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올들어 사상 최대 규모인 75억달러를 상각했다.

미국 2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인 센츄리 파이낸셜은 모기지 부도율 증가로 결국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H&R 블록은 부실 누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했고, 프레몬트 제너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은행과 투자은행들의 서브프라임 상각 규모도 800억달러를 넘어섰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80억~110억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관련 자산을 상각한다고 발표했다. 메릴린치도 지난 3분기 84억달러 규모의 자산 상각을 밝혔다. 이 같은 최악의 손실로 씨티그룹과 메릴린치는 찰스 프린스와 스탠리 오닐 CEO가 임기를 마치기 전에 물러나는 불명예를 겪었다.



미국 주택 시장 경기 침체 영향은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2위 부동산 업체인 존스 랑 라살에 따르면 4분기 영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전년동기(186억파운드)에서 50억파운드로 무려 60%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전체 부동산 투자 역시 24% 감소한 480억파운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영국 부동산 펀드 수익률도 악화시키고 있다. 뉴스타 에셋 매니지먼트 그룹은 최근 7월 이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영국 상업용 부동산 뮤추얼 펀드의 가치를 7.2% 삭감한다고 밝혔다.

뉴욕 소재 부동산 기업인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사무실 매출도 지난 10월 전년동기대비 70%나 급감했다. 산업용 부동산 매출도 24%, 아파트 매출 역시 50% 줄어들었다. 이러한 감소폭은 지난 2001년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렌스 윤은 "우리는 기존 주택 판매의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길레스피에도 "이민 증가와 경제적 상황 변화가 주택 판매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사람들은 삶을 위해서는 주택을 구입해야하며 잠재된 주택 수요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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