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만기때 연기금 쏜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7.12.14 08:33
글자크기

"내년 전망 밝다" 베팅 무게…EPS 증가율 대비 저 PER

외국인들은 연말을 앞두고 빠르게 북클로징(회계연도 마감)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휴가를 비교적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는 여건(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의미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어떤 사람이 와도 회사는 굴러간다는 의미다)이 마련된 만큼 가족 연인들과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실제로 연말에는 해외 비즈니스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만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 지났다. 사상 최대의 차익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지수는 1%도 떨어지지 않았다. 주요 아시아국가가 2%, 3%대 하락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마지막 이슈를 별 무리없이 마무리했다는 평가다(대통령선거가 있지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엔 어렵다).



연말까지 평이한 흐름이 예상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기 끝나면 조금 보다가 휴가를 갈까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업 투자자는 이미 해외여행 티켓을 끊어놓은 상태다. 국내투자자들은 북클로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년을 준비할 때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12월에 비해 1월의 평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희 신영증권 퀀트 애널리스트는 "향후 어닝 시즌과 함께 실적이 부각되는 종목 위주의 상승세가 진행될 것"이라며 턴어라운드 업종(유통, 음식료, 반도체, 제약), M&A 테마(통신), 실적개선 지속업종(자동차, 석유가스, 조선, 운송, 소프트웨어) 등으로 업종을 분류했다.



신영증권은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는 업종에 집중하되 좀 더 길게 본다면 실적, M&A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돼 있는 종목 위주의 접근을 권했다.

동시만기일때 프로그램 매물을 받아낸 곳은 연기금이었다. 6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저가매수에 나선 것이다. 연말 단기적 노림수보다는 장기적인 자금집행이라 볼 수 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매매는 스위칭 매매의 정리와 관련된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순수하게 주식시장에서의 대규모 자금집행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신흥동아시아의 내년 GDP성장률을 8.0%로 전망했다. 올해보다는 0.5%포인트 하향조정됐으나 지난 7월 전망치보다는 0.1%포인트 상향조정됐다. 게다가 한국의 GDP 성장률을 5.0%로 지난 7월에 비해 0.2%포인트 올려잡았다. ADB는 견조한 수출과 투자증가, 점진적인 소비회복 등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MSCI기준 주요 국가들의 내년 예상 주가수익배율(PER)과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을 비교해도 한국은 대만, 태국과 더불어 양호한 EPS성장에 비해 낮은 PER에 머물고 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향후 한국증시가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배경은 충분히 마련됐다"고 말했다.

대외여건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식 매수를 미뤄도 된다.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확인한 후 주가는 많이 올랐을 것이고 비싸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또 다시 매수를 미룰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