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아시아의 달콤한 보복-FT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12.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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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금융위기, 기술주 버블처럼 세계경제 전환점될 것

신용경색, 아시아의 달콤한 보복-FT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강타한 신용경색이 세계 경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FT는 마틴 울프 칼럼을 통해 이번 신용경색은 세계 경제에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97, 98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의 기술주 버블 붕괴와 같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사례와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이나 세계 경제 시스템, 역학 관계 모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울프는 "거대한 금융 쇼크는 전세계 대출과 소비패턴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시장의 패권에도 변화가 뒤따랐다"며 "문제는 변화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진행되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 자산을 떠나 이머징마켓을 도피처로 인식하고 있다며, 97,98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었던 이머징마켓 경제 입장에서는 '달콤한 보복(sweet revenge)'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프는 8가지 이유를 제시하며 이번 신용경색이 세계 경제 지도를 크게 바꿀 것이라고 짚었다.



1, 신용경색으로 앵글로 색슨식의 금융 자본주의 모델은 신뢰를 잃었다. 뉴욕과 런던의 금융시장 심장부에는 패거리 자본주의와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등급이 좋은 자산을 담보로 많은 증권이 발행됐는데 이해하기도 가치를 측정하기도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해상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꼬리를 물고 있으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2, 신용경색은 증권화된 대출 시스템에 회의를 가져왔다. 만기가 짧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해 월가의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는데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한꺼번에 위기가 왔다. 투자위험은 재무구조가 건강한 금융기관이나 사람들이 떠안아야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정반대다. 위험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더큰 위험을 안고 있다. 레버리지는 어느 때보다 크고 발행된 증권은 매우 복잡하다.

3,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의 기능에도 큰 의문점이 생겼다. 중앙은행은 '은행들의 은행'으로서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하는가. 시장에 유동성이 마르면 중앙은행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당국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어느 정도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기관 자체 모델에 의지해야하는가. 신용평가사들에게는 이성적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모기지 시장은 익명성으로 가득하다. 은행과 신용평가사들이 잘못한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4, 미국 자본주의는 자산 가격이 시장에서 균형점을 찾고 투명성이 시장에 파급돼 효율성을 찾는다고 설교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수퍼펀드의 설립을 주도했고 미국 재부무는 모기지 금리 결정에 직접 관여했다. 나는 반대하지만 미국의 신용경색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에 강요했던 시장주의 원칙에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 관료들의 말을 듣는 사람들은 앞으로 오랜기간 없을 것이다.

5, 이번 신용경색에 따라 위험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투명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을 보유해야하는 당위성도 높아졌다. 바람직하다.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 자산을 떠나 이머징마켓을 도피처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이머징 경제 입장에서는 '달콤한 보복'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환호할 필요는 없다. 이머징 선호는 언제든지 다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6, 미국이 소비를 통해 세계 경제를 먹여살리던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OECD는 최근 미국의 국내 수요 증가가 지난해 2.9%에서 1.9%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는 1.4%로 둔화될 전망이다. 동시에 약달러에 따라 미국이 수출은 증가할 전망이다. 무역 흑자는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보다 강화될 것이다. 미국은 지금 강한 수출을 원한다. 약달러를 정책 입안자들이 반기는 이유다. 인플레이션만 자극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7,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능하다. 소비가 침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동안 미국 경제는 가계의 무리한 소비를 바탕으로 성장을 유지했다. 가계는 저축은 하지 않았고 부채를 적극 떠안았다. 가처분 소득중 모기지 부채는 95년 63%에서 2005년에는 98%로 증가했다. 이 추세는 집값 하락에 따라 반전될 수 밖에 없다. 가계가 자금 조달에 막히면 미국의 통화 정책은 별로 쓸모가 없다. 약달러와 수출 성장의 중요성이 커진다.

8, 이머징마켓은 대규모 무역 적자가 지속된 후 반드시 위기를 맞았다. 미국은 오랜기간 투자자 역할을 했다. 이머징 국가들의 예금을 흡수하는 기능을 담당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역할을 이제 끝이 났다. 중국과 일본, 산유국 그리고 유럽연합에서는 독일이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다. 돈이 남아돈다. 이 돈은 누군가가 가져가 균형을 유지해야한다. 글로벌 경제가 순항을 지속하려면 미국을 대체할 최후의 투자자가 등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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