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품은 SKT '날개' 펴나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7.12.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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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 대적할 새로운 통신공룡 탄생.."유무선 영역 개척"

SK텔레콤 (57,500원 ▼900 -1.54%)이 마침내 하나로텔레콤 (4,015원 ▼100 -2.4%)의 새 주인이 됨으로써 무선과 유선을 아우르는 종합통신업체로 '날개'를 펼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국내 제2의 유선통신업에인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추진한지 20여일만에 하나로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도 증권가의 예상치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3일 SK텔레콤은 뉴브리지-AIG가 보유했던 하나로텔레콤 주식 38.89%를 주당 1만1900원에 정부 승인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부'로 인수한다고 밝혔다. 총 인수금액도 1조877억원. SK텔레콤은 이미 뉴브리지-AIG와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이날 이같은 사실을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번 인수계약으로 SK텔레콤의 하나로 지분은 43.59%로 '껑충' 뛰면서 하나로의 새 주인이 됐다. 또, 하나로는 외국자본인 뉴브리지-AIG 사모펀드에게 경영권이 넘어간지 4년만에 SK텔레콤 (57,500원 ▼900 -1.54%)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무선업계의 강자, SK텔레콤은 이번 하나로 인수로 무선에 이어 유선시장까지 넘볼 수 있는 탄탄한 초석을 다졌다. SK텔레콤은 벌써부터 하나로 인수를 계기로 유무선 컨버전스 영역을 본격 개척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SKT, 20일만에 하나로 인수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는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 11월 13일 하나로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에게 인수제안서를 전달한지 하룻만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데 이어, 17일 실사에 착수해 30일 이사회 동의를 얻자마자 인수 본계약을 체결해버린 것이다.


인수제안서 제출에서 본계약을 체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여일 남짓. 불과 한달전만 해도 하나로 인수설에 대해 "인수의사 없다"고 잘라말했던 SK텔레콤이었다. 그런 SK텔레콤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하나로 인수절차를 밟아가는 것은 '뜸들이면 득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래끌 필요가 없다"고 말한 대목에서 이같은 뜻이 잘 드러나 있다. 또, 갑자기 '인수'로 태도가 돌변한데 대해서도 김신배 사장은 "통신시장은 컨버전스로 변해가는데 무선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결국 '유무선 교차 진입'을 위한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SK텔레콤은 결코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나로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주당 1만2500원일 것이라는 소문과 달리, 주당 1만1900원이다. 3일 현재 하나로 주식은 1만2000원이 넘은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SK텔레콤은 이보다 낮은 가격에 하나로를 인수한 것이다.

◇유무선 연동 비즈니스 '시동'

SK텔레콤이 하나로를 인수함으로써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34조원에 이르는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과 하나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조원 규모다. 16조원에 이르는 KT그룹에는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유선통신이 없던 SK텔레콤 입장에선 앞으로 '컨버전스' 영역으로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로 여겨진다.

현재 SK텔레콤은 이동전화 시장에서 210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동전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고, 더이상 신규가입자를 대폭 늘려간다는 것은 어렵다. 더구나 '개인'을 타깃으로 하는 이동전화 상품으로 '가정'시장을 파고든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 시장에서 360만명이 넘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하나로를 인수했다는 것은 '개인' 시장을 '가정'으로 시장영역을 확대시키는 동시에 '개인과 가정'을 결합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품개발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날개'를 단 셈이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도 "하나로텔레콤과 유무선 연동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국내에서 축적된 컨버전스 분야에 대한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통신시장 KT-SKT 양대축으로 재편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는 국내 통신업계 판도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벌써부터 KT와 KTF 합병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고, LG데이콤과 내년중으로 LG파워콤과 합병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시장에서 명실공히 유무선 종합통신회사로 자리를 굳히게 되면, KT와 정면승부도 불가피할 것이다. KT는 유선시장에서 강자지만, SK텔레콤은 무선시장에서 강자다. 이미 정부가 유무선 칸막이 규제를 철폐시키겠다고 공언한 이상, 서로의 시장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결국 KT와 SK텔레콤은 유무선 컨버전스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KT도 KTF 합병을 통해 유선과 무선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개편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LG그룹 역시 LG데이콤을 필두로 LG파워콤과 LG텔레콤의 구조변화가 예상된다.

이제 하나로 인수를 위해 막바지 정부 '승인'만 남겨놓고 있는 SK텔레콤. 정통부의 승인만 받으면 SK텔레콤은 하나로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무선 컨버전스 시장개척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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