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의류·유통산업 바꾼다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7.12.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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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류업체 웨더프루프의 프레데릭 스톨맥 회장(우)은<br>
"의류업체들이 기상 변화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br>
말했다. ▲ 의류업체 웨더프루프의 프레데릭 스톨맥 회장(우)은
"의류업체들이 기상 변화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의류 업계에 비주얼머천다이저(VM)나 패브릭어시스턴트(FA) 만큼 최첨단을 달리는 직종이 등장했다. 바로 '웨더 포캐스터'.

월마트의 경쟁 유통업체인 타깃에는 '클라이밋 머천트'라는 직함이 있다.



지구 온난화가 의류와 유통산업에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을 안겨주고 있다. 예년 같은 날씨를 생각하고 제품을 생산, 배치했다가는 파리 날리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 패션과 유통의 메카인 뉴욕에서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기업들의 변화 바람을 소개했다.



요즘 패션계에서는 기장과 옷감, 색감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날씨정보. 이들에게 온난화 보다 무서운 건 바로 예측할 수 없는 날씨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은 패션과 유통의 메카인 뉴욕에는 최악의 해로 각인되고 있다. 업체들은 2년 동안 기상 변화를 잘 예측하지 못해 한 해 수십억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주시꾸띄르' 브랜드로 잘 알려진 리즈 클레이본은 백화점에 보통 8월이면 두꺼운 코트류와 스웨터를 공급해 수요에 대비했지만 올해의 경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 회사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컬럼비아대학교의 래들리 호튼 기상학 교수와 자문 계약을 맺고 디자이너들과 긴밀히 교류하도록 했다.

그 결과 리즈본의 디자이너들은 울이나 두꺼운 면류가 대부분이었던 겨울 제품에 매트 저지 소재나 얇은 캐시미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앤 캐스힐 디자인 및 머천다이징 담당 부회장은 "지구 온난화로 날씨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계절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 업체인 타깃은 2004년부터 '날씨 대응팀'을 꾸린 데 이어 '클라이밋 머천트'라는 전문 직종을 만들어냈다. 클라이밋 머천트는 기상 예측을 바탕으로 입점 품목을 점검하고 맞지 않는 제품을 매장에서 뺀다.

마이클 알렉신 부회장은 "보통 입점 업체들이 9월을 가을의 시작으로 생각하곤 했다"면서 "하지만 타깃은 11월이 될 때까지는 두꺼운 코트류를 들여놓지 못하도록 했고 울 제품은 극히 소량만 입점시킨다"고 말했다.

타깃의 날씨 대응팀은 어떤 의류가 사계절 내내 판매될 수 있을지를 찾아내고 가능한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제품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의류 제조업체인 웨더프루프는 의류 업체로는 최초로 1000만달러 보상 조건의 보험에 가입했다. 뉴욕의 12월 날씨가 예년 수준 보다 높을 경우에는 1000만달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조건인데 보험료가 만만찮은 수준이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웨더프루프가 이 보험 계약을 매입한 스톰익스체인지는 의류 회사 뿐 아니라 정유, 전기 등 날씨에 민감한 업종들에게도 계약을 판매한다.

보통 지난 40년 동안은 12월부터 2월까지는 추웠던 게 통상적이었다. 이 회사 프레데릭 스톨맥 회장은 "지금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주사위 던지기나 다름 없다"면서 "12월 1일만 되면 눈싸움을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의류 업계는 가장 먼저 지구 온난화 폐해를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한 업종이다. 청바지 메이커인 디젤의 광고에는 한 여성이 얇은 소재의 코트를 입은 채 "따뜻한 날씨에도 대비가 돼 있어요"라고 말한다.

미국 홈쇼핑네트워크(HSN)에는 두꺼운 겨울 코트 대신 얇은 소재의 판초 광고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유엔 기후변화위원회(IPCC)에 따르면 지난 79년부터 2005년까지 북반구 기온은 1.5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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