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미분양 건설업계 '부도' 망령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원정호 기자 2007.11.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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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가구 적체, 수도권도 안전지대 안돼…업체 자금압박 심화

갈수록 쌓여가는 미분양 물량으로 인해 건설업계에 또다시 '연쇄 부도'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최근 추이를 감안할 때 수도권도 이젠 안전지역으로만 분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중첩규제가 시행되는 한 당분간 분양시장 침체가 해결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가구당 분양가격이 외환위기 당시보다 대폭 올라 건설업체들이 느끼는 부채 압박은 훨씬 크다"며 "드러나진 않지만 현금 압박을 받는 업체도 상당수에 달하는 만큼 무더기 부실화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도 미분양 공포 현실화=그동안 지방에 비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 왔던 수도권 주택분양시장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18일 금융결제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중 수도권에서 청약접수를 실시한 30개 분양아파트 가운데 25곳에서 순위내 마감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청약자수를 채운 사업장들도 일부를 제외하곤 공급가구수를 간신히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동안 10개 사업장이 분양한 서울에서는 당초 기대를 모았던 중랑구 묵동 '자이1·2단지'가 각각 0.13대 1과 0.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마포구 공덕동 'KCC 웰츠타워'도 순위내 청약에서 0.64대 1에 불과했고 중랑구 중화동 '동양엔파트'도 0.14대 1의 턱없이 낮은 경쟁률을 보이는데 만족했다.

강남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초구 방배동 '리첸시아 방배'는 0.20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고 강남구 도곡동 '계룡리슈빌 파크' 역시 0.38대 1에 불과했다.


모두 20곳에서 분양에 나선 경기·인천 역시 마찬가지다.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용인 흥덕지구 '한국아델리움'과 '호반베르디움' 등 극히 일부를 뺀 상당수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청약자수가 10명도 안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분양일정 잡기도 어려워=이처럼 수도권 분양시장의 청약 상황이 좋지 않자, 아예 분양시기를 늦추는 등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업장도 상당수에 달한다. 부동산써브 조사에 따르면 민간업체들의 10월 예정 분양단지는 모두 64곳으로, 이 중 절반도 채 안되는 30곳에서만 실제 분양이 이뤄졌다.



이달 이후에도 상황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경우 15개 현장 가운데 6개 사업장만 분양일정을 확정했을 뿐, 나머지 9곳에선 일정을 못잡았거나 아예 내년으로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올 연말 주요 분양 물량으로 분류돼 왔던 한화건설의 뚝섬 주상복합아파트도 내년 2월로 일정을 연기했다. 동부건설도 주요 분양사업지로 꼽아온 최고 23층 높이의 서울 순화동 재개발 주상복합아파트 공급을 2008년 1월 이후로 늦췄다.

◇규제 연결고리…움직이지 않는 수요=이 같은 급격한 분양시장 침체는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 전매제한 등 수요를 끌어들이기 어려운 정부 정책이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제 실수요자들은 상한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가점제 이후 청약통장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이는 전매제한도 다르지 않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부동산연구실장은 "청약가점제는 가점이 쌓일수록 유망단지에 당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청약예정자들이 앞으로 나올 보다 좋은 단지에 청약하기 위해 통장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다음달 19일 실시될 '17대 대통령 선거' 역시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분양시장에서 멀리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사장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수요자들이 섣불리 나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함 실장은 따라서 "청약가점이 낮은 통장 가입자들은 이런 시점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가급적 자신의 주택마련 로드맵을 꼼꼼히 분석한 수 소신청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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