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사 투자전략팀의 마라톤회의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7.11.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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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포인트]60일 이평선 붕괴…"변동성 장세 이어질 듯"

미국증시가 또다시 하락하며 코스피지수 1900을 위협하고 있다.

16일 코스피지수는 출발과 동시에 1916까지 빠진 뒤 오전 11시26분 현재 낙폭이 더욱 불거져 1905로 간신히 1900선을 지지하고 있다.

이날 지수는 60일 이동평균선이 여지없이 무너지며 방어선이 120일선(1875)으로 후퇴했다. 2000 고지는 더욱 멀어졌고 다시 오르기에는 체력이 너무 빠져있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지수 만큼이나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 관계자들도 해답을 찾기 위해 골몰하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오후 국내 A증권사 리서치센터 회의실. 열외 없이 투자전략팀 소속 전 연구원들이 모여 장장 3시간동안 난상토론'을 했다. 급변하는 국내외 증시전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견해를 나누고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이날 마라톤 회의는 크게 3가지 주제가 집중 논의됐다.

첫번째, 미국과 중국의 경기 펀더멘털(기초여건).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었다.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후유증으로 기업실적이 악화됐고 소비위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경기침체를 심각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 중국도 여전히 두자릿수대의 견조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감안할 때 기초체력이 왕성하다는 얘기들이 오갔다.


두번째, 최근 다시 불거진 외국인 매도세에 대한 시각. 이 문제는 우려하는 연구원들이 많았다. 외국인들은 이번주 적게는 2745억원에서 많게는 8799억원까지 일일 순매도를 감행했다.

최근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 규모를 감안할 때 지수가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연구원들은 2000억원대의 외국인 순매도는 감당할 수 있지만 4000억원대 이상의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진다면 또다시 지수가 출렁거릴 수 있다는 답을 내렸다.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도 "당분간 그렇다"는 견해가 많았다.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축소되지 않는한 우리증시는 외국인 순매도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단 미국증시 내부적으로 낙제점 수준의 3분기 기업실적 발표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변동성이 이전보다 줄어들며 '바이 코리아'도 한숨을 돌릴 수 있다는 긍정론은 제기됐다.

세번째,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담고 어떤 종목을 버릴 것이냐는 문제. 이날 회의는 이 대목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내로라하는 연구원들이 워낙 다양한 관점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론을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우선 IT의 경우 디스플레이, 가전, 휴대폰 관련주는 중립적 시각을 갖지만 반도체는 아니라는 답이 나왔다. 자동차주는 엔화강세 수혜와 내수회복이 기대되기 때문에 "계속 가져가자"는 방향으로 얘기가 모아졌다.



은행주는 순이자마진이 축소되고 있고 성장성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역시 '아니다'는 판단이 나왔다. 철강은 제품가격 인상 가능성이 긍정적이어서 `보유'로 일단락됐다. 유통 음식료 관련주도 합격점을 받았다.

건설주의 경우 해외건설에 경쟁력이 있는 종목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답을 내렸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통신주는 정부의 정책규제가 너무 쎄기 때문에 예상밖으로 '중립' 판정을 받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우리증시의 전고점 돌파를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며 당분간 변동성이 극심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종목별 선별대응이야말로 혼돈의 장세에서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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