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반값 아파트의 교훈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2007.11.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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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라는 선정적 이름의 상징성은 상당히 강렬했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주장에 마지못해 나서긴 했지만 마침내 주택공사가 군포에서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공급하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반값 아파트’는 시장가격의 절반으로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를 말한다. 온전한 아파트를 반값에 살 수 있다면 누군들 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이러한 발상이 근 1년 이상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주택시장이 정상적이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발상의 근거를 뜯어보면 ‘반값 아파트’의 핵심은, 토지는 임대형식을 취하고 건물소유권만 분양하자는 방안이다. 아파트 가격에서 차지하는 토지비의 비중이 높다보니 나온 대안이다. 임대주택과 다름이 아닌 것이다.

참여정부는 임대주택에 대해 과거 어느 정부보다 적극적이었다. 토지임대부 주택 외에도 공공 중심의 국민임대주택 150만 가구 확대공급과 부동산공공펀드 조성을 통해 중산층까지도 대상으로 하는 비축용 임대주택건설 계획 등이 예이다.



그러나 민간의 임대주택공급은 여전히 저조하기만 하다. 이유는 사업성의 부족이다. 임대주택의 사업성 문제는 투자가치(investment value)와 사용가치(use value)의 격차에서 출발한다. 투자가치는 매매가격으로 대변되고 사용가치는 전세나 월세로 환산된 임대가격으로 표현된다.

서울과 같이 두 가치의 격차가 큰 시장에서 임대주택은 높은 투자비용 때문에 시장의 임대수익만으로는 수익성이 문제가 된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금액 대비 임대수익이 다른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인 것이다.

임대주택이 공급된다하더라도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높은 주택가격으로부터 환산된 임대료에 대한 지불능력이 문제다. 임대주택에 대해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불만인 것이다. 따라서 민간의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가치와 사용가치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시장의 기본 틀을 갖추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수요공급 처방이 필요하다. 지방의 상당수 지역은 이미 투자가치와 사용가치의 격차가 좁혀져 있다. 임대주택의 공급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임대주택의 대상계층으로 중산층까지도 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은 공급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수요가 문제가 된다. 수요를 살리기 위한 지역경기 활성화가 더욱 중요하다. 개별시장마다의 여건이 다르기에 지역적 차이를 인정하는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반값 아파트’로 부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반값 아파트‘의 정치성이나 구호성과는 차별화하고픈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반값 아파트’에 대한 주장과 참여정부의 임대주택정책은 일면 닮아 보인다. 시장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호적 냄새가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은 분명히 필요한 정책이고 또한 그 것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계층도 있다. 지금의 시장 현실에서 임대주택정책은 복지적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시장기제로 작동되지 않는 임대주택에 대한 무리한 확대정책은 사회적 낭비를 초래한다. 진정한 임대주택의 확대정책은 민간이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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