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의 기적, 어떻게 이어갈까?"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7.11.14 09:43
글자크기

건강보험 석학 좌담회…'성장 놀랍지만 재정문제는 숙제'

건강보험이 도입된지 30년만에 우리는 기적을 일궈냈다. 전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었고, 연간 진료비만 4조원에 이르고 있다.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면 꽃길이지만 앞으로의 길은 가시밭 길일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건보를 둘러싼 환경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는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세계석학들과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김창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는 영국의 엘리어스 모셜러스 교수, 미국의 리처드 솔트맨 교수, 캐나다의 조지 마실돈 교수가 참석했다. 다음은 좌담내용이다.
↑ 13일 열린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지 마실돈 교수, 김창엽 심평원장, 엘리어스 모셜러스 교수, 리처드 솔트맨 교수↑ 13일 열린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지 마실돈 교수, 김창엽 심평원장, 엘리어스 모셜러스 교수, 리처드 솔트맨 교수


-김창엽 심평원장(이하 김 원장)〓 한국에 건강보험이 도입된지 30주년이 됐다. 특히 신흥국가에서 발전했고 건강보험제도가 빠르게 정립됐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건강 보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겠나?



▶리처드 솔트맨 교수(이하 솔트맨)〓 한국이 건강보험을 시작했을 당시인 1970년 후반은 경제적으로 팽창하면서 빠른 발전을 하던 때다. 그럼에도 건강보험제도를 천천히 정착시킨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한국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재정적인 문제를 피해왔다. 그 이유는 건강보험제도를 한꺼번에 정착시킨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 김창엽 심평원장. "한국 건강보험제도도 결국 선진국의 문제를 겪을 것이다,"↑ 김창엽 심평원장. "한국 건강보험제도도 결국 선진국의 문제를 겪을 것이다,"
▶조지 마실돈 교수(이하 마실돈)〓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유용성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돋보인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짧은 기간에 적용범위를 크게 넓혔다. 직장보험을 시작한지 10여년만에 전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한 것은 북미나 유럽에서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는 한국정부가 건강보험을 유연하게 변화시켰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엘리어스 모셜러스 교수 (이하 모셜러스)〓 한국은 50여년전 전쟁을 이겨내고 기적을 만들어낸 나라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정부)으로 빠른 발전을 이뤘다. 건강보험제도도 이같은 영향을 받았다 .게다가 한국의 건강보험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에 불과한데 이는 다른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의 아주 낮은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 없이 잘 정착한 것 같다.

↑ 마실돈 교수, "그동안 한국의 건강보험정책은 유연했다고 평가할수 있다"↑ 마실돈 교수, "그동안 한국의 건강보험정책은 유연했다고 평가할수 있다"
-김 원장〓 건강보험제도는 물론이고 모든 제도에는 제한이 있고 도전이 있다. 정책공급자도 불만이 있을테고 보험수혜자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북미나 유럽의 경우 어떤 도전에 직면해 돼 있는가? 우리도 아마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우리 경제도 발전할 것이고 고령화 사회도 진행될 것이고 정치 문화적인 부분도 서구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솔트맨〓 선진화된 사회는 풀기힘든 비슷한 딜레마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선 출산율의 변화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새로운 구조를 필요로 한다. 다음은 재정적인 문제다. 유럽의 경우 경제적 성장에 한계가 있고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보장하던 부분을 개인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GDP의 30%를 의료관련 지출을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의료관련 지출에 더 많은 돈이 들 것이고 이를 개인들이 지불할 것이다.


▶마실돈〓 결국은 의료관련 비용에 누구의 돈을 쓸 것이냐는 문제다. 개인적으로 해결할 것이냐 공적으로 해결할 것이냐는 것이다. 사적인 영역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은 의료소외 계층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적인 영역을 지키도록 노력하지만 저성장이라는 현실적인 한계를 해결하기 어렵다. 고령화도 위협이다. 다만 북미나 유럽처럼 이민자들이 많은 경우는 아직까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 솔트맨 교수, "건강보험과 연금 등 다른 복지제도와의 연동도 필요하다"↑ 솔트맨 교수, "건강보험과 연금 등 다른 복지제도와의 연동도 필요하다"
▶모셜러스〓 저출산도 큰 문제다. 유럽, 한국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질병에 걸릴 경우 의료비는 급증하게 된다. 의사들은 복잡한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하며 이에 따라 의료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비용은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김 원장〓 그렇다면 한국 건강보험제도만의 위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마실돈〓 정부가 할 일은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잘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만큼의 사적인 재정을 공적인 영역으로 흡수할 것이냐도 고민해야할 부분으로 안다. 자영업자 비율이 너무 높아 건강보험료 징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 모셜러스 교수, "질병은 비용이다. 사후차료보다 예방의료에 힘써야 한다."↑ 모셜러스 교수, "질병은 비용이다. 사후차료보다 예방의료에 힘써야 한다."
▶모셜러스〓 한국 중년 남성의 당뇨병 발병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자. 질병이 서구화 되고 있는 셈이다. 질병은 곧 건강보험으로 보면 비용이다. 게다가 의료제공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너무 적다. 이렇게 해서는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료소비자들의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도록 해야한다. 정치적인 선동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솔트맨〓 건강보험 뿐 만아니라 연금등 고령화에 따른 다른 복지제도와 긴밀한 연동도 필요하다. 사회보장과 건강보험을 잘 통합해야 국민들이 안정된 노후를 살 수 있고, 사회도 안정화 된다.

-김 원장〓 한국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조언 감사하다. 대내외적으로 우리 건강보험제도는 여러 위기에 노출돼 있다. 제도가 안정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