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더블악재 "앞이 안 보인다"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7.11.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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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라는 '더블 악재'가 이번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에 짙은 그늘을 드리울 전망이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이 스태그플레이션을 공식 언급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급격히 높아진 가운데 기술주의 실적 우려까지 가세해 당분간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미국과 함께 국내 증시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 증시도 유가 인상 조치에 지준율 인상까지 겹쳐 당분간 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美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기술주도 가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스태그플레이션 발언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기술주의 실적 부진까지 겹쳐 지난 한주간 다우지수는 1만3042.74로 4.1% 급락했다. 주간 단위 낙폭으로는 지난 7월 이후 4개월여만에 최대 수준이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의 주간 낙폭은 각각 3.7%, 6.5%에 달했다.

기대를 밑돈 시스코의 3분기 실적 부진에 세계 2위 휴대폰 칩 생산업체인 퀄컴이 올해 순익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이 주가 급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동안 금융주에만 한정된 것으로 생각됐던 실적 부진이 기술주로까지 확대될 조짐이 역력하자 투자자들의 근심은 커졌다. 기술주는 특히 8월 급락 이후 시장의 주도주였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키웠다.


미국 증시는 이미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 연일 사상 최저를 경신하고 있는 달러, 이어지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 대형 금융기관들의 잇단 상각 고백 등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 8일 미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참석, "미국이 주택시장 둔화로 인한 경기침체 위험과 국제유가 및 달러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했다.



버냉키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원들이 4분기 이후 미국 경제가 눈에 띄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지난 8월 신용경색 사태 이후 금융회사들의 대출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며 "이로 인해 경기 하강 위험(다운사이드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투자전략가인 알렉 영은 "유례없을 정도로 악재들이 온통 시장을 뒤덮고 있다"면서 "100달러에 육박하는 유가, 주택 부문 침체 지속, 신용경색 여파 확산 등이 이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이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이전보다 더 크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 벡&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조 바티파글리아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이미 기업 순익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G 에드워드&손스의 투자전략가인 스캇 워렌도 "우리는 미국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면서 "기업 경영자들도 내년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오직 기댈 곳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 인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자재 가격과 달러 약세로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FRB가 함부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경제지표가 추가로 악화되지 않는 이상 FRB가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인하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中 전격 지준율 인상, 올 9번째



중국은 지난 1일 정부의 유가 인상 단행으로 9일까지 7거래일 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고 주가가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이달 1일부터 휘발유, 디젤유, 항공유의 가격을 일제히 톤당 500위안씩(약 1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5월 유가를 인상한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단 한 차례도 유가를 올리지 않았지만 이 기간 국제 유가는 약 30% 뛰어올라 90달러선을 넘어서자 결국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여기에다 중앙은행은 10일 오후 지준율을 87년 이후 최고 수준인 13.5%로 전격 인상했다. 지준율은 올 들어서만 9번째 인상이며 지난달 14일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올랐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은행권의 유동성과 과도한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은 11월 26일부터 지준율 13.5%를 준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JP모간체이스의 프랭크 공 수석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무역흑자가 매달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관리를 위해서는 지준율을 인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만약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중앙은행이 지준율 외에 금리를 또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올 들어서만 기준 금리인 1년 만기 대출금리도 5번 인상해 7.29%로 올려 놓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지준율 인상 조치로 금융권에서 약 1900억위안(260억달러)의 유동성이 걷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위안화 표시 예금 규모는 지난 9월말 현재 38조3000억위안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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