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낮춘 이명박, '朴껴안기'로 위기돌파

오상헌 기자, 정영일 기자 2007.11.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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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 당화합이 대선승리 전제…BBK '무한책임론' 거듭강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한껏 고개를 숙였다. 대선을 38일 앞둔 11일. 이 후보는 내우외환의 잇단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3일간의 장고(長考)를 거친 뒤 결과물을 내놓았다.

핵심은 박근혜 전 대표 껴안기를 통한 위기 국면 정면돌파. 경선 후 처음으로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했다. 대선 이후 당권·대권 분리도 사실상 약속했다.



이회창 후보의 무소속 출마와 BBK 의혹 등 험난한 파고를 넘기 위한 고육책으로 읽힌다. 외부 악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집안단속'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 때문이다.
몸낮춘 이명박, '朴껴안기'로 위기돌파


◇몸 낮춘 李 "낮은 자세로 새출발하겠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정국 현안에 대한 대응책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내 불화, 이회창 후보 무소속 출마, BBK 전 대표 김경준씨 귀국 등 혼란스런 대선 국면의 돌파구가 제시됐다.

회견 모두부터 이 후보는 최대한 몸을 낮췄다 이 후보는 "최근 이회창 전 총재께서 탈당하시고 출마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선 이후 오늘에까지 (당이) 진정한 화합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 제가 부족했던 탓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넓은 이해가 있으시길 바란다"며 사실상 대국민 사과 입장도 밝혔다. 당내 화합에 대한 질문에 "잘 되고 있지 않느냐. 별 문제 없다"고 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 후보가 현재의 국면을 대선 레이스 최대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 후보는 "이제 더 열린 마음으로 더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 계산하거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소통의 정치'와 '마음이 정치'를 하겠다"며 '새출발(?)을 다짐하기도 했다.

◇朴 껴안기, 대선후 당권·대권 분리 언급 = 이날 회견의 핵심 포인트는 박 전 대표를 향한 뜨거운 '구애'였다. 예상했던 수준의 '화합책'들이 제시됐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와 함께 정권을 창출하겠다. 정권 창출 이후에도 주요 국정 현안을 협의하는 정치적 파트너로서, 소중한 동반자로서 함께 나가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를 '동급'의 정치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박 전 대표측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당권-대권' 분리를 약속하는 말도 나왔다. "한나라당엔 박 전 대표 시절 만든 권력 분산과 민주주의 정신에 충실한 당헌과 당규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대선 전이든 대선 후든 이 당헌 당규는 지켜져야 하고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대선과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시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당을 장악하면서 '친박' 인사들을 배제시킬 수 있다는 박 전 대표측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인 셈. 이 후보는 이와 함께 박 전 대표, 강재섭 대표와의 3자 정례회동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昌과 단일화 기대, BBK는 정면돌파 = 이회창 후보의 대선 출마, 김경준씨의 귀국 후 예정된 BBK 검증 공세에 대해서도 말을 쏟아냈다. 먼저 이회창 후보를 향해서는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직접적인 비판을 삼가는 대신 견제와 압박에 나섰다.



"이회창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점에서 뜻을 함께 하고 있다"며 "아마 정권교체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고 그렇게 믿고 있다"고 했다. 이회창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은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제 자신이 한국 정치사에 새 지평을 연 역사적 경선을 통해 뽑힌 정통성 있는 후보라는 점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신만이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회창 후보를 견제했다.

범여권의 BBK 검증 총공세에 대해선 "지금 대선정국은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민생과 정책은 뒷전이고 정치를 위한 정치, 여의도식 정치가 발호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라도 제게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을 지겠다"며 BBK에 대한 무한책임론을 또 다시 강조하고 정면 돌파 의지를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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