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유동성 위기 빠지나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11.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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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자기자본 확보하기 위해 배당금 삭감할 듯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손실로 4분기에도 최대 110억달러를 추가상각할 수 있다고 밝힌 씨티그룹. 급기야 월가에서 씨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게 아니냐는 논란이 한창이라고 CNN머니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용경색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예상되는 손실에 대응할 수 있는 돈이 충분한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모기지관련 증권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며 정식 CEO가 부재한 상황이다.

지급여력 비율을 포함 현재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을 확보하고 있는지, 향후 확보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비단 씨티의 일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금융기관인 씨티가 위기에 빠졌다는 인식이 강화될 경우 이는 다른 은행으로 연쇄 반응을 가져올 수 있다.



논쟁은 CIBC의 애널리스트인 메리디스 위트니가 지난 월요일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현재의 배당금 지급을 정당화할 만한 재무상태가 아니다"고 선언하면서 한층 가중됐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씨티의 CFO가 배당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씨티의 대변인은 위트니의 주장에 대해 "회사는 지금 충분한 자본이 있고 지급여력 비율을 올리기 위해 배당금을 줄이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했다.

씨티의 자기자본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까. 자기자본은 회사의 총자산에서 부채를 빼고 주주들에게 순수하게 남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행에서 자기자본의 평가는 매우 민감하다. 왜냐하면 은행이 얼마나 많은 대출을 할 수 있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손실 충격을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을지도 드러난다. 은행 감독 당국은 그래서 자기자본을 실시간 점검하며 신용평가사 역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다.


결론적으로 씨티그룹은 자기자본에 대해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작년부터 줄곧 하락한 가운데 이번 신용경색으로 그 강도가 세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경쟁사보다도 낮다.

자기자본을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 하나는 '티어 1'이라 불리는 것으로 은행이 가지고 있는 모든 형태의 자산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씨티의 자기자본 비율은 7.3%로 나타난다. 전체 자산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7%를 조금 넘는 것이다. 작년 초에만 해도 8.6%에 달했다.



회사의 평판, 영업권과 같은 무형의 자산을 제외한 유형(가용) 자기자본을 기준으로할 경우 9월말 기준 2.8%(작년초 4.3%)에 그친다. 이는 9월말 JP모간체이스의 4.2%에 비해 크게 뒤진다.

위트니는 유형의 자기자본을 지적하며 씨티가 300억달러를 조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자기자본을 늘리려면 자산을 매각하거나 신주를 발행할 수 있고 또는 배당을 줄일 수 있다. 씨티는 매분기 27억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위트니가 지목한 배당금 삭감은 매우 혁신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씨티는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90년 이후 한번도 배당금을 줄이지 않았다.



CFO인 게리 크리텐덴은 월요일 아침 "씨티의 정상적인 수익창출이면 적정한 자기자본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모기지 상각으로 4분기 씨티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실정이다.

금융시장 위기로 은행이 정상적으로 실적을 내지 못할 때 경영진은 배당금 삭감 등과 같은 자본 보호 조치를 취한다. 이는 신평사들도 달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한다.



전문가들은 씨티그룹처럼 대규모 상각이 기정사실화된 데다 영업을 통한 이익 확보가 이전처럼 수월하지 않은 은행은 배당금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있다. 주주들은 불만이겠지만 언제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여야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배당금을 유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직 씨티의 경영진은 배당금 삭감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기지 자산 상각을 고려해 이미 피치는 씨티의 등급을 AA플러스에서 AA로 내렸고 S&P는 AA등급이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랐다고 했다.

이른 시간안에 자기자본 확충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이는 경영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씨티의 T1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7.3%로 감독당국이 지정한 적정 기준 6%보다 높다며 자본이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TI 비율은 위험이 높은 자산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

투자자들이 T1보다 위트니가 지적한 유형의 자기자본을 주목하기 시작하면 주가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의 시가총액은 9월말 기준 유형 자기자본의 2.7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씨티는 이미 올들어 34% 하락했다. 7일 하락률은 4.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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