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기업들은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이명박 대세론’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회창 전 총재의 3수 출마로 상황이 급변하자, ‘정보 촉수’를 다시 면밀히 가동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여야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되던 간에 내년부터 5년 간 새로운 정책흐름을 탈 게 뻔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기업활동의 일환으로 정보전을 정당화하고 있다. 재계 현안인 금산분리, 출자총액제,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사문제 등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내년을 비롯해 향후 몇 년간 기업경영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대 그룹중 하나인 A기업은 정치, 경제 등 대외정보수집을 일상적으로 담당하는 본사 경영기획실내 ‘기획팀’ 외에도 회장 비서실이 청와대, 국세청, 검찰, 국가정보원 등의 핵심요직을 직접 접촉해 대선정국 전망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또 다른 대기업 B사의 한 고위임원은 “정치권에 정통한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여의도 정가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듣고 있다”며 “최근 삼성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것만 봐도 단순 정보 하나가 기업의 운명을 가를 수 있기 때문에 대선 전망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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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기업체 고위 임원들이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대선정국 전망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정치적 중립과 소관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후보에 대해 코멘트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대선 정보갈증’ 수위가 점차 높아가자, 한동안 검찰의 단속으로 뜸하던 사설 정보지, 일명 ‘찌라시’도 활개를 치고 있다.
경찰 정보라인은 최근 대선정국을 맞아 찌라시 10여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한 정보지는 ‘모자동차기업이 이명박 후보와의 네트워크 구축에 신경’이라는 제목으로 대선과 관련해 그룹 내부 오너와 인사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활자화해 해당 기업이 발끈한 적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산하 경제분실의 한 요원은 “간혹 확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할때도 있지만, 사설 정보지에 거론된 재계의 움직임은 원칙적으로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