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금융주 추풍낙엽, 지수 하락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1.0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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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침체와 신용경색 우려가 깊어지면서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부실자산에 대한 추가상각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진 씨티그룹이 하락의 촉매제가 됐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51.37포인트(0.38%) 내린 1만3543.40으로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일대비 7.48포인트(0.50%) 떨어진 1502.17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5.20포인트(0.54%) 하락한 2795.18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한때 전날보다 150포인트 이상 급락했지만, 일부 기술주들이 그나마 장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세자리수 하락을 막았다.

트루스코 캐피탈 자산운용의 투자전략가 앨런 게일은 "악화된 3분기 실적이 지난 여름 시작된 금융경색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이제 그같은 기대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씨티 메릴린치 등 금융주 하락주도, 구글 등 기술주는 선전

이날 증시 하락의 주역은 씨티 메릴린치 등을 선두로 한 금융주였다.
씨티그룹은 이례적으로 일요일인 4일(현지시간) 비상 이사회를 열고 찰스 프린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으로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 윈 비쇼프 경을 각각 선임했다고 밝혔다.

회장교체설이 나오면서 지난주말 반짝 반등기미를 보이는가 싶던 씨티 주가는 이날 다시 곤두박질치며 5일 연속 급락세를 이어갔다. 기존 부실자산 상각외에도 80억달러에서 110억달러 규모의 추가적인 상각이 필요할 것이라고 씨티그룹은 밝혔다. 또 부실자산으로 인한 수익감소 규모가 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밝히면서 주가가 4.8% 급락한 35.90달러로 마감했다.


덩달아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도 추가상각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급락했다.
도이치뱅크가 메릴린치의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 상각 규모가 100억달러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메릴린치 주가는 1.40달러 떨어진 55.88달러로 마감했다.

CNBC는 모간스탠리가 추가로 30억달러를 상각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간스탠리 주가는 5.6% 급락한 55.59달러로 장을 마쳤다.
골드만삭스 역시 11.21달러 내린 218.39달러를 기록하는 등 금융주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주택경기와 신용경색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유통관련 기업들도 주가하락을 면치 못했다. 홈디포와 로즈는 주택경기침체로 인해 내년까지 수익이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도이치뱅크의 전망이 나오면서 연중 최저가로 하락했다.
S&P 소매업지수는 이날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술주들이 그나마 낙폭을 줄였다.
기술주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구축한 구글은 이날도 사상 최고가 기록을 이어갔다. 구글은 이날 이날 삼성 LG 모토로라 등 세계 33개 휴대대전화 및 이동통신업체와 제휴, 프로젝트명 '안드로이드(Android)'로 명명된 이동통신 운영체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구글연합' 기업명단은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 외에도 스프린트 넥스텔, HTC·인텔·퀄컴·차이나모바일·NTT도코모·KDDI 등 30여 개의 세계적인 휴대전화·이동통신·반도체 업체를 총망라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기반한 단말기가 시장에 나오는 것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날 구글 주가는 시장 전반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2.02% 오른 725.65달러를 기록,사상 최고가 경신행진을 이어갔다.



◇ 유가 숨고르기, 엔화 강세

지난주말 종가기준 95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던 국제 유가가
소폭 하락했다.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1.95달러(2%) 하락한 93.98달러로 마감했다.
미국 신용경색 우려가 높아지고 이에 따른 경기침체로 유가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지난주말 최고가 급등에 따른 경계심리도 조정에 기여했다.

엔화는 신용위기 고조로 인해 달러대비 강세를 보였다. 오후 4시46분현재 엔/달러 환율은 114.49엔으로 전날 114.52달러 대비 0.03엔 하락했다. 미국 주식시장 약세로 인해 엔 캐리트레이딩이 청산될 여건이 마련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달러/유로 환율은 1.4464달러로 전날의 1.4471달러에 비해 소폭 하락(달러 상승)했다.

◇ 멀어지는 추가 금리인하

이날 발표된 지표와 연준 인사의 발언은 시장의 추가금리인하 기대와는 반대방향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10월 서비스 산업은 예상 보다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관리자협회는 10월 ISM 서비스지수가 55.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가 예상치(54)와 전달치(54.8)을 모두 상회하는 결과다.

블룸버그통신은 주택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기업들의 설비 투자, 수출 증가세 등으로 서비스산업 증가세가 예상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프레드릭 미시킨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는 또 이날 신용위기 이후 두 번의 금리 인하는 거시 경제의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으며 월가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미시킨 이사는 그러나 "두 번의 금리 인하로 거시경제의 리스크가 줄어들었다고 믿지만 그와 비례해 인플레이션이 또 다른 리스크로 부상했다"며 물가 압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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