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vs朴, 2라운드 벌이나…갈등 '폭발직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11.0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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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금기어 신당론까지 나와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내우외환'속 휘청거리는 한나라당의 현실이 그렇다.

이회창 전 총재 출마라는 '외환'에 더해 '친이(親李)', '친박(親朴)'간 갈등의 '내우'가 겹쳐져 당은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다.

분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공개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지만 효과는 '전무'한 상황. 오히려 '금기어'까지 등장하며 사태는 악화되는 형국이다.



경선 이후 입 밖으로 꺼내길 조심하며 모두들 쉬쉬했던 이른바 '신당론'이다. 집권시 박 전 대표측이 배제된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말이 이 후보의 최측근이자 '친박' 인사들의 공적이 된 이재오 최고위원의 입에서 나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막 가자는 것이냐" 등 누적됐던 불만을 일거에 터뜨리면서 당의 중심축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대선 후 총선까지 염두에 둔 '당권' 경쟁이 갈등의 뿌리라는 말이 나온다. 이 전 총재의 출마설과 맞물려 한나라당의 분란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5일 오전 : 李 '애타는 구애'에 눈 감은 朴 = 당내 문제에 말을 삼갔던 박근혜 전 대표. 5일 오전 작심한 듯 불만을 토로했다. 짧지만 강한 어조였고 단호했다.

특히 이 전 총재 '견제'를 위해 '구애'를 보내고 있는 이 후보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그는 "처음(경선 승복) 입장에서 변한 게 없는 만날 필요가 있겠나"라고 했다.


'백의종군'으로 이 후보를 돕겠다던 입장에서 바뀐 게 없다는 말이다. '지원' 의사를 재확인 것처럼 들리지만 방점은 "만날 필요가 없다"는 데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머리 숙여 사과한 이 최고위원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최고위원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



이 후보측의 당 운영에 불만을 품고 쏟아낸 "날 도운 사람들이 죄인가요(지난 달 15일)", "오만의 극치(지난 1일)"에 이어 한껏 수위를 끌어올린 발언인 셈이다.

이와 별도로 친박 의원 30여명은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경선에 승복했는데 우리보고 나가는 거냐"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된다" 등 이 후보측에 대한 성토 발언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오후 : '신당 발언' 보도에 할말잃은 朴 = 오후엔 '불'에 '기름'을 끼얹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 최고위원이 "이 후보가 집권하면 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부산일보는 지난 달 26~27일 양일간 충남 천안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이 후보 지지성향의 중앙위원 워크숍에서 이 최고위원이 '신당'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이 과거정치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직도 많은 국민들에게 '꼴통수구'라는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한나라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신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부산일보는 전했다.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인 박 전 대표측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보도 내용이 알려지면서 박 전 대표측은 그야말로 '분노'와 '울분'으로 들끓었다.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다를 게 없는 해당행위로 명백한 자기부정(유승민 의원)"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최고위원측은 그러나 발언을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행사를 주최했던 '국민승리연합'측도 "신당 발언은 전혀 없었다"며 해당 언론사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갈등뿌리', 대선후 '총선·당권' 경쟁 = '신당' 발언 논란을 비롯 갈등의 이면에는 대선 이후로 예고된 이른바 '당권 경쟁'이 녹아 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 공천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당 안팎에선 사실상 당내 2인자인 이 최고위원이 이 후보 집권시 당권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아 왔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해 강재섭 대표와 당권을 두고 경쟁했던 인물이다.

여의도 정치에 익숙지 않은 이 후보가 집권 후 당내 장악을 위해 핵심 측근인 이 최고위원을 대표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 전 대표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당권'을 놓게 될 경우 박 전 대표의 입지 자체가 사라지는 데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 인사들이 전면 배제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



대선 후 박 전 대표측이 영남·충청권의 지지 세력을 모아 '영남신당'을 생각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역으로 이 후보측이 수도권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설도 오르내렸다. 양측은 그러나 '신당론'을 입밖에 꺼내길 극도로 꺼려왔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른바 '터부'가 돼 왔던 셈이다. 이 최고위원의 '신당' 발언 논란은 그러나 이런 '금기'를 깸으로써 잠복해 있던 갈등의 '뇌관'을 건드린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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