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김용철 변호사 2차 기자회견

특별취재팀 2007.11.0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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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은 5일 오후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최고위 검사 가운데도 삼성의 불법뇌물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이 여럿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을 위해서 검찰이, 국정원이, 청와대가 모든 언론기관이 움직이며 실시간 정보보고를 했다"며 "심지어 시민단체마저도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이 삼성에 보내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 전문>

전두환 전 대통령 부정 축재 재산 찾다, 쌍용 김석원 회장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비자금을 찾았더니 청와대에서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 제가 의지를 꺽지 않고 결국은 검찰을 떠났다. 저는 변호사 업계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사건 승임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삼성으로 갔다. 망하지 않고 월급은 꼬박꼬박 나올 거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아들 대학 등록금은 빚 안내고 보냈으면 하는 가난한 검사의 바람이었다.



삼성에 들어간 건 제 인생의 큰 실수였다. 삼성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사치했다. 대신 삼성은 제게 범죄를 지시했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 회유하는 불법로비는 모든 임원의 기본 책무였다. 저는 검찰을 비롯해 법조계 인물을 관리했다. 구조본 안에서 검찰 관리 수십명을 관리하고 나머지는 60여개 계열사 관리자가 나눠서 했다.

설 추석 여름 휴가 일년에 삼회, 500에서 수천만원까지 정기적 뇌물을 돌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억원을 전달하라고 하기도 했다. 범죄 공범이라는 죄의식 때무에 괴로웠다. 현직 최고위 검사 가운데도 삼성의 불법뇌물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이 여럿 있다. 밝여야 할 공적인 기회가 오길 희망한다. 숨김없이 고백하겠다.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이었다. 이해 관계가 맞물린 재경부, 국세청은 훨씬 더 크다. 돈의 출처는 각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이다. 심지어 대형부실을 안고 있는 만성적자를 회사에서도 수십억원씩 비자금을 조성했다. 조성된 비자금은 임직원 명의의 차금으로 운영된다. 삼성 출신 임원들이 돈이 많은 이유는 대부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월급쟁이가 수십억, 수백원 재산을 가질 수 없다.


삼성의 사장단, 고위 임원, 구조본 임원, 재무 인사 등 핵심 보직 임원과 간부 사원 상당수가 차명 계좌를 가지고 있다. 제가 현재 차명비자금 계좌를 갖고 있는 임원들의 명단도 일부 가지고 있다. 명백히 금융실명제위반, 사문서위조, 조세포탈 등 범죄다. 하지만 삼성 내에서는 승진의 징표고 조직이 자신을 믿는다는 일종의 훈장이었다. 비자금 계좌가 만들어지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있다. 공적기관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를 갖길 기대한다.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에 대해서 모든 증거 진술을 조직했다. 돈과 힘으로 신성한 법조를 오염시켰다. 저도 거기 관여했다. 명백한 범죄였다. 법무팀장을 맡은 제가 중심이 되서 저질렀다. 공범으로 제가 처벌을 받아야 할 순간이 됐다. 삼성은 모든 간부가 삼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건희 회장을 위해 살아야 했다. 저는 괴로웠다. 삼성을 위해서 검찰이 국정원이 청와대가 모든 언론기관이 움직이며 실시간 정보보고를 했다. 심지어 삼성에 가장 비판적인 시민단체마저도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이 삼성에 보내졌다.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에 등지고는 이 사회에서 황량한 뒷골목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이할 거라는 주변 얘기가 많았다. 제가 일간지 컬럼을 쓰면서도 삼성 얘기를 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삼성 기사가 나올 때마다 저를 의심하고, 압박하고 미행했다. 저에 대한 감시는 퇴사 전부터 이뤄졌다. 그러더니 삼성측 인사가 나서서 법무법인에서 내쫓고 사회에서 고립시켰다. 심지어 삼성은 인생 말년을 아내와 손잡고 산책하겠다는 소박한 꿈도 짓밟았다.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에 호소했다. 하지만 외면했다. 더이상 갈 곳이 없었다. 낭떠리지 앞에선 절망 속에서 천주교 사제단 신부님들께서 저를 잡아준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런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조직 동료를 배신한 사람이라고 욕해도 좋다. 하지만 재벌이 국가기관을, 사법체계를, 우리 사회를 오염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저의 죄를 고개숙여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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