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만기일 '빛의 속도로 달린다'

남궁원 외부필자 2007.11.0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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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목요일은 옵션 만기일이다. 사실 본 란은 선물, 옵션에 관하여 기초부터 실전까지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이제 선물이라는 상품의 개념에 관하여 겨우 이야기를 마친 이 시점에서 벌써 옵션 만기일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것은 필자가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 만기일이라는 것이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옵션 만기일에는 장중 9시부터 2시50분까지(옵션 만기일에는 2시 50분 이후로는 옵션거래가 중단된다) 5시간 50분 동안 그야말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선물 지수가 단지 1포인트만 상승이나 하락해도 옵션의 가격은 순식간에 호가창을 벗어나 저 위나 저 아래에 달려가 있곤 한다.



옵션거래를 안 해 보신 분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옵션 만기주를 맞아 나중에 다시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만기일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드려볼까 한다.

요사이 유명한 CF에 '지금 필요한 건 뭐? 스피드....'라는 모 통신 업체의 카피가 있다.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자기네 인터넷 회선의 빠름을 어필하고 있어 무척이나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선물, 옵션 칼럼에서 이 말을 왜 하는지 궁금해 하실 분들이 꽤 계실 듯하다.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들은 아마도 옵션 만기일에 실제로 거래를 해 보신 분들일 것이다.

옵션 만기일에 옵션거래를 해보지 않고는 옵션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유는 이 날의 옵션의 가격 변화는 광속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빛은 1초에 30만km를 간다고 한다. 그만큼 가격 변동이 크고 빠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만기일에는 30분도 안 되어 10배가 넘는 수익이 날 수도 있으며 그 반대로 10분의 1 토막이 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옵션이 관에 들어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 무지막지한 옵션 가격의 변동성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옵션 만기일 아침 장 시작 직후에는 대개 Kospi 200 지수가 위치하는 지수대의 등가의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격 합이 40만원 정도에서 시작하곤 한다.(물론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만일 장 시작시에 Kospi 200 지수가 260 정도라면 콜 260과 풋 260의 가격 합은 아침까지만 해도 얼추 40만원 정도는 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만일 하루 종일 헛힘만 쓰고 장 종료 직전에 다시 Kospi 200 지수가 260 정도로 돌아왔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동시 호가에 들어가기 전의 등가 합은 얼마나 될까? 약 20만원도 안 되는 정도로 떨어지게 된다. 5시간 50분 사이에 절반 이상의 프리미엄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가 어려울 수밖에... 방향을 거꾸로 탄다는 것은 바로 깡통 계좌를 의미한다.



옵션은 매달 만기일에 청산되며 만기일 거래가 끝나면 콜옵션의 경우는 kospi 200 지수보다 낮은 행사가만, 풋옵션의 경우는 kospi 200 지수보다 높은 행사가를 가진 녀석만 결제에 들어간다. 나머지는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다. 즉 그 옵션을 청산 안하고 결제에 들어가서는 10원도 건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만기일 옵션거래 종료 시간인 오후 2시 50분에 가까워질수록 옵션의 가격들은 급격히 거래도 되지 않는 속칭 옵션 하한가 1000원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즉 행사 지수권에 못 들어가는 녀석들은 급격히 죽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행사권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은 콜옵션이나 풋옵션이 갑자기 선물 지수가 급등 내지 급락하며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면 몇천 원 짜리이던 옵션가격이 순식간에 10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때로는 거래조차 되지 않던 1000원짜리 옵션이 벌떡 살아나 몇 만원이 되었다가 도로 죽기도 한다.



이 효과는 2시 이후에 최고가 되는데 이는 결제 시간이 1시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10만원이 넘어가던 옵션 가격이 갑자기 선물 지수가 반대로 움직이면 순식간에 몇천 원이 되기도 한다. 정말 위험한 승부이지 않을 수 없다.

만기일에는 사실 원하는 가격에 도달하는 순간에 머리를 굴리며 주문을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주문이 늦었는데 원하는 가격보다 급등하면 웬 떡이다 하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겨우 플러스가 계좌에 나는 순간을 날려 버리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기일에는 미리 주문을 원하는 가격에 스프레드로 펼쳐 걸어놓는 것이 좋다. 원하는 가격대에 한 번에 청산했는데 그 가격보다 급등하면 아깝지 아니하겠는가? 물론 반대의 경우는 일부만 팔려 우울할 수도 있다.



결국 필자의 결론은 만기일 전날까지 열심히 거래를 하고 만기일은 수익이 난 자금의 극히 일부만을 가지고 즐기라는 것이다. 만약 만기일에 무리한 승부를 해서 큰 손실이 나면 재기가 힘들 수도 있다. 항상 무리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살아남아야 다음 기회도 있지 아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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