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아제약, 상처를 치유할때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7.10.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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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동아제약, 상처를 치유할때


31일 오전 10시 동아제약 (124,800원 ▲600 +0.48%) 임시주총이 열린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둘째아들 강문석 이사가 소집한 임시주총이다. 당초 시장의 기대를 모을만한 주총이었지만 강이사가 중도에 싸움을 포기, 조용하게 막을 내릴 것 같다. 강 이사는 이미 그동안의 과오을 뉘우치고 아들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법적인 문제때문에 열리는 형식적인 주총이 됐다.

강 이사의 이사회 소집으로 회사는 회사대로, 주주들은 주주들대로 상당한 피해를 봤다. 회사는 지난 3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놓고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주가는 지난 7월중순이후 25% 이상 하락했다. 직원들도 분쟁에 휘말려 현업에 매진하지 못했다.



기관투자자들은 부자간의 경영권분쟁 속에서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했다. 현 경영진을 지지할 것인지, 강 이사측을 지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경영권 분쟁이 없었다면 쓰지않아도 될 힘을 썼다는 측면에서 낭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영권분쟁에서 얻은 것도 적지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동아제약은 제약업계 특유의 보수적인, 아니 외부와 단절된 경영행태에서 탈피, 밖으로 그리고 시장으로 한 발자국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약업계의 고질병적인 가족주의적 경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계가 됐다는 얘기다.



기관투자자들도 미묘한 경영권 분쟁상황에서 펀드가입자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자신들의 결정, 의사를 공표했다. 이를 통해 분쟁을 조기에 잠재울 수 있었다. 펀드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 행동주의 즉 기관액티비즘의 첫 번째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물론 다툼은 항상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다툼이 끝난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를 얼마나 빨리 치유하느냐에 달려있다. 오늘 열리는 주총이 구석에서, 몰래, 형식적으로 열리는, 감추고 싶은 주총이 아니라 양자가 서로 화합하고 악수하는 주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왕에 열리는 주총이라면 ‘국내 1위 제약사’에 걸맞은 주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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