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BBK 소송딜레마' 어이할꼬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10.2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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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저격수에 '민사소송'만..고소시 검찰수사 의혹확산 '우려'

한나라당이 고민에 빠졌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국정감사에서 연일 제기하는 BBK 의혹에 대한 대응책과 관련해서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공세에 대한 큰 틀의 대응 전략으로 '소송'이란 법적 대응을 택했다. 단순한 해명을 넘어 여권의 폭로전에 '법망'의 힘을 빌어 맞서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법적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BBK에 대해 만일 허황된 주장이나 날조된 주장을 하는 국회의원이나 여권인사가 있다면 이제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전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원내대표는 곧바로 여권의 '저격수'들에 대해 소송을 예고했다. BBK 주가조작 및 돈세탁 의혹을 제기한 박영선, 서혜석 의원이 대상이다.

박 의원은 이 후보가 BBK의 역외펀드인 MAF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서 의원도 이 후보가 MAF를 이용해 돈세탁을 하고 BBK 주가조작에도 간여했다는 사실을 국감에서 폭로했다.



안 원내대표는 박 의원과 서 의원을 상대로 각각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소송 카드가 영 힘을 받지 못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고민거리다. 통상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 민형사상 소송을 함께 제기하는 게 상례지만 형사 고소는 '언감생심'인 탓이다.

BBK 폭로전에 대응한 고소. 고발이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이어질 경우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는 경선 당시 논란이 됐던 이 후보의 도곡동땅 등 부동산 실소유 의혹의 '경험칙'이 반영돼 있다. 이 후보측은 당시 도곡동땅 실소유 의혹을 제기한 박근혜 전 대표측 서청원 고문과 유승민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억울함에 꺼내 든 카드였지만 검찰 고소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검찰이 도곡동땅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서면서 이 후보의 실소유 의혹만 확산시키는 결과가 나타난 것.



고소사건인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검찰이 도곡동땅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했기 때문이었다. 이 후보측은 의혹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고소를 급히 취소했지만 검찰의 수사 진행으로 경선 막판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한나라당이 BBK 의혹을 제기한 신당 의원들을 형사 고소하는 대신 손배소만 제기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검찰을 끌여들일 경우 괜한 의혹만 커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신당 의원들을 고소할 경우 불필요한 검찰 수사를 몰고 와 BBK 의혹만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고 차원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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