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는 도심 인구 집중과 기후변화 우려가 갈수록 심화됨에 따라 하이브리드카가 아닌 순수한 의미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 자동차는 휘발유와 전지(電池)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지만을 사용하는 전기 전용 차량(이하 전용 차량)으로 양분된다.
다음달 11일까지 계속되는 도쿄자동차에서도 이 같은 차이점을 실감할 수 있다.
업계 선도업체들의 선택과 상관없이 최근 환경 기준 강화 추세와 고유가 등은 전용 차량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르노와 일본의 닛산은 전용 차량 등 신기술 개발을 위해 손을 잡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을 출범시켰다. 르노-닛산은 더 나아가 미국 자동차 3사 중 한 곳을 제3의 동지로 받아들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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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자동차도 마찬가지. 사실상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포기하고 전용 차량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르노-닛산, 혼다 등은 하이브리드카가 환경 보호라는 전기자동차의 본래 목적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 후쿠이 다케오 혼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환경 측면에서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전용 차량이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 등은 기후변화와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파리, 런던 등 일부 대도시는 도심의 '배기가스 제로'(zero-emission)까지 추진하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지역으로의 공해가스 배출차량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 경우, 하이브리드카의 도심 접근은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디젤 자동차 생산이 지금 당장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전용 차량 상용화를 위해 남아 있는 기술적 난제들도 여전히 산더미다.
하지만 르노-닛산, 혼다 등은 전용 차량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곤 회장은 이날 하이브리드카가 북미, 유럽 등 주요시장의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르면 2012년까지 전용 차량 모델 수 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곤 회장은 특히 유럽 대도시 운전자 중 15%가 도시를 거의 떠나지 않는다며 이들이 전용 차량의 주고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이 사장도 같은 생각이다. GM의 시보레 볼트와 같은 하이브리드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료 엔진과 연료 탱크가 필요없는 전지 차량만이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M과 토요타는 전용 차량이 성능과 상업성에서 하이브리드카에 뒤진다는 판단 하에 수년 전 이미 전용 차량 개발에 대한 흥미를 버렸다.
GM이 전용 차량에 대한 애정을 잃게 된 데는 EV1의 실패가 큰 영향을 미쳤다. GM은 1996년부터 소량 생산해오던 EV1의 생산을 2000년 완전 중단했다. 이후 미국자동차 시장의 주역은 자연스럽게 SUV로 넘어갔다.
전용 차량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전지. 전용 차량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안전성과 비용, 성능 등에서 모두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노트북 등 소형 가전에 흔히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는 쉽게 과열돼 폭발 위험을 안고 있다. 전지 자체의 비싼 가격도 문제다. 1회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기업과 전지 제조업체의 공동 보조를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