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증시 '삭막한 월요일' 8월과 다르다?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2007.10.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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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2% -홍콩 3.7%-상하이 2.9% 하락

한국 코스피 4%, 일본 닛케이 3.2%, 홍콩 항셍 3.7%, 중국 상하이 종합 2.9%. 22일 오전 아시아 주요 증시 하락률이다. 코스피가 가장 크다. 2000을 넘어선 증시지만 높은 변동성이라는 고질병은 그대로다.

아시아증시는 말 그대로 블랙(Black)은 아니지만 '블리크'(Bleak, 삭막한-우울한)한 월요일이 됐다. 87년 블랙먼데이 20주년을 맞아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고 있는 것.



배럴당 장중 90달러를 넘어선 사상최고가 유가 부담에다 지난주말 미국 증시가 서브프라임 우려, 기업 실적 둔화 등이 맞물리며 급락하자 지지선 없는 급락세를 보였다.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을 지지해온 중국 증시까지 연이어 조정받음에 따라 지난 8월과 다른 조정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결국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이달 예정된 연준(FRB)의 금리인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증시가 우울한 월요일 진원지
블랙먼데이 20주년이었던 지난 19일 미증시는 기업 실적 부진과 장기화되고 있는 신용 위기, 장중 90달러를 넘은 국제유가, 1.43달러마저 붕괴된 달러 가치 추락 등이 한꺼번에 반영되며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2.6% 떨어졌다.



유가, 신용경색, 약달러 외에 실적 둔화 우려가 커졌다. 신용경색으로 월가의 대형 은행들 실적이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3/4분기 S&P500 기업들의 실적이 200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S&P는 3분기 S&P500 기업 순익이 2.4% 감소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중 금융업종 이익은 11%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주나 부동산업체 뿐 아니라 캐터필러 하니웰 3M 등 거대 제조업체들까지 신용경색에 따라 연이어 실적 악화를 전망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했다.


캐터필라는 미국외 수요는 여전히 좋지만 "미국은 내년에 경기침체(recession)에 근접하거나 아니면 지금 경기침체에 빠져있다"고 언급했다. 대표 기술주인 IBM 역시 실적을 우려했다.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고객층이 바로 은행들이기 때문이다.

약달러는 미국 자산에 대한 투매를 일으켜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프랜시스코 브랜치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세계 증시는 중대한 신뢰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호재를 찾기 어렵다.

◇8월과 다른점, 중국 흔들리고...
8월 신용경색이 처음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던 당시 중국 증시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미동은 있었지만 주요 저항선을 넘어서며 신천지 개척을 지속했다. 드디어 6000까지 넘었다.

지금 조정은 이처럼 중국 증시가 너무 올랐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8월과 다르다. 이날 중국 증시는 금리인상 우려로 낙폭을 확대했다. 당국의 과열 경고가 이어진 시점에서 인민은행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된 것이다. 가뜩이나 주가수익비율(PER)이 60배를 넘어섰다는 버블 경고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머징마켓 평균치가 20배가 안되는 상황에서 근거없는 주장이 아니다.



물론 시가총액 기준 세계 2위 기업인 페트로차이나의 상하이 증시 상장이 다음달 5일로 예정되는 등 본토인들의 투기 수요 역시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증시가 오르면 오를수록 글로벌 투자자에게 희망이기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도 역시 정부가 외국인투자제한과 관련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인도 증시는 신용경색이 한창이던 3분기 중국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랐다. 미국을 대신할 만한 보호막이 매우 얇아진 셈이다.

◇미금리인하 얼마나 도움될까
이번 증시 조정의 원인이 아시아가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새로운 악재가 등장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단기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악재인 신용경색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채권을 대규모 묶어서 유동화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이 투자자들에게 수익 지급을 중단하는 등 신용위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최근 미증시를 비롯한 주요 증시 신고가 경신이 연준의 금리인하라는 인위적인 부양 때문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모두가 다 아는 악재에 주가가 다시 급락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연준은 10월말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이달 말 연준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90%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주 초의 3배로 상승한 것이다. 신용경색으로 주요 기업들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기침체를 막으려는 연준의 개입이 미리 읽힌 상황이다.



시장의 반응이 9월 인하와 같은 지는 미지수다. 조셉 트레비사니 FX솔루션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만약 FRB가 이달에 또 금리를 내린다면 투자자들은 안도하기 보다는 금리인하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위험을 더 의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블랙먼데이로 가지는 않을 것
블랙먼데이 20주년을 전후로 증시가 무섭게 하락하면서 투자심리가 더 급냉하고 있다. 제2의 블랙먼데이 우려도 크다. 그러나 20년전과 같은 대폭락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제프리스&Co.의 수석 전략가인 아트 호간은 "대폭락 20주년에 다우지수가 급락한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며 "그러나 당시와 같은 하락률을 나타나기 위해서 다우지수는 3000포인트나 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다우지수가 이번주 200일선을 지지하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블랙먼데이는 200일선 붕괴와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10월말 예정된 미국의 금리인하 여부와 이에따른 시장의 반응에 따라 큰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JP모간의 글로벌 통화전략가인 레베카 패터슨은 "투자자들의 심리, 위험 회피 현상, 금리인하 기대 등에 따라 금융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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