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자들 똑똑해졌다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7.10.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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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되는 단지만 선별 청약… 통장 일단 아끼고 선착순 계약하기도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아파트 청약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개발 호재가 많아 입주 후 돈이 될만한 아파트만 골라서 청약하고, 단지 규모가 작거나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싼 아파트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

"서울·수도권에서 분양만 했다하면 수요자들이 알아서 줄을 섰다"는 얘기는 전설이 된지 오래다. '청약통장 아끼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부동산 1번지'로 불리는 강남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두산건설 (1,240원 0.0%)이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짓는 '두산위브'는 지난 16일 1순위 청약 결과 124가구 모집에 총 1126명이 신청해 평균 9.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1순위 청약자만 985명에 달해 6개 타입 모두 마감됐다.

두산건설 조성태 분양소장은 "길음뉴타운 내에 들어서는데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평균 4000만∼5000만원 낮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건설부문이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용두'도 지난 10일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됐다. 278가구 모집에 무려 2781명이 몰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반면 경기 군포시 부곡지구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아파트는 지난 17일 3순위 청약까지 받았지만 청약률은 15%에 불과했다. 총 804가구를 모집했지만 신청자는 119명 뿐이었다.

여·야가 제안한 '반값아파트' 개념을 도입한 시범 단지여서 눈길을 끌었지만 깐깐한 수요자들은 분양가가 아니라 품질이 절반으로 떨어진 아파트를 철저히 외면했다.


서울 강남권 단지인 서초구 '리첸시아 방배'(79가구)도 청약률이 조저했다. 지난 17일 1순위 청약에서 서울.수도권 11명만 신청했다. 18일 2순위 청약자는 1명 뿐이었다.

지난 18일 1순위 청약을 실시한 경기 수원시 인계동 '꿈에그린파크'는 212가구 모집에 4명이 신청, 208가구가 고스란히 남았다.



경기 수원시 '권선 데시앙'(222가구)도 19일 현재 1·2순위 누적 청약자가 38명에 불과하다.

미분양될 것을 예상해 청약통장을 쓰지 않고 나중에 '4순위'로 선착순 계약하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다. 송파, 광교 등 유망 신도시 아파트 청약을 위해 청약통장을 아끼는 것이다.

이달 10∼13일 1∼3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 양주 고읍지구 동시분양 아파트 청약자는 모집가구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을 사겠다는 예약자들이 이어지고 있다.



고읍지구 우남퍼스트빌의 경우 일부 면적은 사전예약자가 모집가구수의 5배를 넘어서 더이상 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우남건설 허재석 팀장은 "청약률이 낮아 걱정했는데미분양 물량을 달라는 4순위 수요자가 많다"며 "다음달이면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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