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LG전자 vs 삼성전자

머니투데이 강호병 증권부장 2007.10.1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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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는 실적이 나쁘다면 왜 나쁜지 솔직하게 설명을 하고 앞으로 전망과 전략을 분명히 밝힌다."
 "삼성전자는 솔직하지 않다. 마냥 좋아진다고 낙관론을 펴는데 결과는 말대로 나온 적이 없다. 살벌한 업황 속에서 무슨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인지도 선명하지 않다."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LG전자 (110,100원 ▲600 +0.55%)에 대해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내린 대조적인 평가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주가 움직임에는 각각 `신뢰 디스카운트'와 `신뢰 프리미엄'이 묻어 있다는 생각이다. 삼성전자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정말 민망하게 급락하고 있다. 이에 비해 LG전자 주가는 증시 조정의 와중에서도 쑥쑥 오르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에 `찍혀있다'. 3분기 이익 예상치를 3000억∼4000억원을 웃돌았지만 시장은 쳐주지 않았다.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D램 값이 연일 급락하는 살벌한 반도체 업황 속에서, 그리고 삼성이 전그룹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상황에서 예상을 뚫고 불쑥 나온 이익은 오히려 `의혹'을 안겨줬다. 3분기 결산에서 좋은 것은 당기고 나쁜 것은 4분기 이후로 밀어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왔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예상 외의 실적을 `또한번의 과거행태 답습'으로 받아들인 것같다. 물론 삼성전자 발표 그대로가 진실일 수 있지만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뇌리에 박혀있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디스카운트가 생겼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3분기 IR콘퍼런스에서 메모리반도체 투자를 1조4000억원 늘리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란 설명이었는데 시장은 `아, 삼성전자가 라이벌 퇴출을 위한 최후의 일전을 선언한 것이구나'라는 식으로 해석했다. 그러한 평가는 주가하락에 속도를 붙여줬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의 최강기업이다. 그러나 시장에 보여지는 전략이나 IR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것이 많아 정확한 밸류에이션이 힘든 상황이다. 반도체 투자를 하이닉스보다 더 많이 하면서 왜 정전사태가 생기고, 난드 플래시메모리 수율이 하이닉스보다 낮다는 얘기가 나오는지 삼성전자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금 삼성전자의 모습은 남 용 부회장이 기용될 무렵의 LG전자 모습과 흡사하다. 당시 LG전자는 업황.경쟁환경과 조화되지 못한 전략과 압출식 판매드라이브로 흐르다 결국 좋지 못한 실적을 내고 재무제표의 진실성까지 시장에서 의심받았다. IR 역시 불투명하다고 소문났었다. 시장은 그러한 LG전자를 냉정하게 외면했다.

그러다 남 용 부회장이 등단한 후 완전히 달라졌다. 기술ㆍ조직ㆍ마케팅ㆍ브랜드 전략 등 모든 것을 고객ㆍ시장과 코드를 맞추며 줄일 것은 줄이고 나아갈 곳은 나아가 턴어라운드를 일궈냈다. IR도 달라져 나쁜 것은 나쁘다고 얘기를 하고 왜 그런지 투명하게 설명하는 기풍으로 바뀌었다. 그러한 솔직한 모습이 신뢰를 얻으며 시장의 평가도 180도로 바뀌었다.


증시에서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신뢰에 대한 프리미엄이 분명히 형성되고 있다. 시장은 기업의 모습이 비쳐지는 신뢰의 거울이다. 거울에 추하게 비쳐지면 시장에서 대접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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