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푸조 "숨어있는 보석을 찾았다"

머니투데이 김용관 기자 2007.10.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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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Life]푸조 207 RC

달리는 맛을 즐기고 싶다면?

예전에는 이 질문을 받으면 당연히 독일차인 포르쉐나 BMW 등을 꼽았다. 하지만 터보 엔진을 단 푸조의 '207 RC'를 경험하면서부터 이같은 대답이 조심스러워졌다.

작지만 탄탄한 차체에 강력한 심장을 달아 경쾌한 주행성능과 예리한 핸들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느낌은 폭스바겐의 골프 GTI, 미니의 쿠퍼S 등과도 비슷하다.



푸조 207 RC는 수동변속기 밖에 생산되지 않아 자동변속기 일색인 국내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저평가 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시승기]푸조 "숨어있는 보석을 찾았다"


이번에 시승한 207RC는 80년대 세계 최고의 험로주행경주대회인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 쌓은 푸조의 정교한 랠리 기술이 그대로 녹아있다. 쫀득하게 치고 나가는 맛, 경쾌하지만 날렵한 핸들링 등 즐겁게 운전하기에 이만한 차가 없을 듯하다.



약간은 과장된 듯한 앞모습과 불쑥 튀어나온 트윈머플러, 17인치 광폭 타이어는 '나, 고성능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전에 시승했던 207CC와 비슷한 외형이지만 측면과 뒷면에서 다소 차별화됐다. 예쁜 디자인이다.

실내는 3000만원대 수입차에서 볼 수 있는 옵션들은 다 있다. 후면 주차 보조 시스템을 비롯하여 스피드 리미터, 크루즈 컨트롤, 타이어 압력 감지 센서, 레인센서가 장착된 전면 자동 와이퍼 등. 대시보드에 심어놓은 트립 컴퓨터도 쓰임새가 좋다.

[시승기]푸조 "숨어있는 보석을 찾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바로 몸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풀 버킷 타입의 시트. 어깨 부분과 옆구리, 그리고 허벅지까지 확실하게 잡아주는 버킷 타입 시트는 실제 만져보면 쿠션이 상당히 부드러워 안락한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단점은 지나치게 좁은 뒷좌석이다. 성인 어른이 타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좁다. 수납공간도 부족하다. 수동변속기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우리나라 운전자들 대부분이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탓에 선호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차의 성능은 여러 단점을 모두 감싸안고도 남는다. BMW와 공동으로 개발한 1.6리터 THP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수동 5단변속기와 맞물려 힘을 아낌없이 바퀴로 전달한다.



구형인 206RC에 비해 엔진 배기량은 줄었지만 동력 성능은 기존 모델과 맞먹는다. 최대출력은 175마력(6000rpm)으로 구형에 비해 5마력 낮아졌다. 하지만 낮은 회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두터운 토크(24.5kg·m/1600rpm) 덕분에 가속성능은 더 향상된 느낌이다.

특히 트윈 스크롤 방식의 터보 엔진은 매끄럽고 시원시원하게 회전수를 밀어올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7.1초만에 끝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20km.

[시승기]푸조 "숨어있는 보석을 찾았다"
가속 페달을 깊숙히 밟자 엔진 회전수가 급하게 치솟으며 차를 강하게 밀어부친다. 덩달아 엔진 사운드도 커진다. 가속에 따른 스트레스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실용영역에서 나오는 두터운 토크 때문이다. 엔진 회전수를 6000rpm대에 맞추면서 변속을 거듭하자 순식간에 시속 180km에 도달한다. 확실히 독일차에서 느끼던 묵직한 주행감과는 다른 경쾌한 감각이다.

핸들링 역시 예리하다. 유격이 거의 없는 스티어링 휠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탄탄한 하체와 맞물려 정확하게 라인을 따라 돌아나간다. 굴곡이 심한 코너를 연속으로 빠르게 돌아도 길을 단단하게 잡으면서 빠져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살짝 발만 올려도 멈칫하는 브레이크 성능도 만족스럽다. 동급 최초로 적용된 SSP(스티어링 스태빌리티 프로그램)는 ESP 시스템과 결합돼 바퀴 제동력을 향상시키며, 직선 제동거리를 최대 10%까지 줄여준다.



또 한가지 207 RC의 매력. 천장을 뒤덮는 대형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적용돼 밤하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판매가격은 3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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