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유가, 임계치를 넘었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7.10.18 08:34
글자크기

상승 속도 빠르나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

개구리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뛰쳐나가지만 서서히 데워지는 물에 넣으면 죽는 줄 모르고 익어간다는 얘기다.

중국 증시가 과열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주가와 기업이익 속도가 적절한가에 대한 물음 때문이다. 과열, 버블 논란의 핵심은 속도이지 타당성이 아니다. '언젠가 그 주가나 평가가 가능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분석이 버블인 셈이다.



국제유가가 90달러에 육박하자 증시가 '앗, 뜨거'하고 반응했다. 그동안 서서히 올랐을 때는 따뜻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급등세는 임계값을 넘어선 자극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유가 역시 속도는 가파르지만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우선 최근 유가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 눈에 띈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의 명목유가는 전고점을 넘어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유가는 여전히 전고점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GDP대비 원유소비 비중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원유의존도가 낮아진 만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유가급등은 오히려 반길만한 변수다. 그동안 유가와 글로벌 증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김진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고유가가 결코 경제에 이롭지는 않지만 이면에 담긴 글로벌 유동성의 건재함, 신흥시장의 성장모멘텀의 반영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최근 유가는 크게 3가지 이유로 상승하고 있다. 우선 달러화 약세다. 금리인하 이후 달러화는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여왔다. 실물자산에 대한 매력도가 늘어나면서 원유시장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최근 모든 자산 중에서 유일하게 달러만 내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유 수출국 입장에서 달러표시 유가가 급등했을 뿐이다. 다른 통화로는 큰 폭의 상승은 아니다.


두번째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의 발전이다. 중국은 2002년 경제성장률이 8%대를 넘어선 이후 원유수입량은 3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유 소비국으로 떠올랐다. 수요는 늘었는데 여전히 OPEC은 원유 생산을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다. 이라크 지역의 석유 생산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는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원유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성장과 유가가 동일한 속도로 상승할 경우 유가 상승 충격은 성장 및 수요 확대 요인으로 상쇄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가 상승 배경 중 하나가 유동성 증가이기 때문에 유가가 경제에 충격을 주는 임계치에 당장 도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가가 선제적으로 자율적인 조정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유가가 장중 89달러까지 오른 후 하락반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 속에서 온천(?)하는 개구리보다 뜨거운 물에 자극을 받아 버둥거린 개구리가 살 가능성이 더 높다(물론 이미 잡혔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유가에 반응한 주식시장이 아무것도 모른 채 '파멸'을 맞을 주식시장을 살린 것인지도 모른다(물론 자본주의라는 굴레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