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망령 되살아나나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7.10.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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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에 이은 신용경색으로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실적 하향을 발표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분위기에 벤 버냉키 연준(FRB) 의장과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기름을 끼얹었다.

◇ 버냉키+폴슨, "경기 침체 오래 간다"



버냉키 의장은 15일 저녁(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클럽 초청 연설에서 "주택 시장 침체가 내년 경제 성장의 심각한 부진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용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완전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악화를 완전히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은 이후 최근 미국 경제가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불안정한 양상을 모두 털어내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금융시장 혼란이 기업 투자와 가계 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달여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버냉키 의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주택시장 침체로 내년 초까지 경제 성장이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 지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폴슨 장관도 주택시장 악화에 따른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



폴슨 장관은 16일 조지타운 법대에서 가진 강연을 통해 "주택시장 침체 때문에 미국의 경제, 자본시장, 많은 주택소유자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집값 하락은 지난해 후반과 달리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경기 회복 신뢰를 강조하던 이전과 달리 시장 악화에 대한 불안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주택경기 침체에 대해 잘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종전 입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모습이다.

폴슨 장관은 또 "일부 모기지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은 '부끄러운 것'이었다"며 "현재의 망가진 주택 대출 제도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의 끈을 완전히 놓진 않았다



폴슨 장관은 거듭되는 집값 하락이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기초는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 추가 금리 인하 '솔솔~'

버냉키 의장과 폴슨 장관의 잇단 발언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추가 금리 인하 얘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31일 열리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소리까지 들려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미 경제전문가 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0명의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금리가 4.5%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FRB는 지난 9월18일 신용위기 진정을 위해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인하 폭과 신용 경색 완화 분위기에 한동안 계속된 추가 금리 인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그러나 경기 부진 지속 우려가 가중됨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주장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처만으론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 서브프라임 망령에 세계증시 일제 하락세

버냉키 의장과 폴슨 장관의 발언은 곧바로 주식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날 뉴욕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이틀 연속 내림세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0.51%(71.86포인트) 떨어졌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66%(10.18포인트), 0.58%(16.14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기업들의 잇달은 순익 악화 발표와 유가 고공 행진으로 위축된 투자 심리에 버냉키 의장과 폴슨 장관의 부정적인 견해가 다시 불을 지폈다.



주택 경기 침체의 직접 영향권 안에 들어 있는 금융주들이 증시 약세를 주도했다.

미국 4위 은행인 웰스파고의 주가는 3.89% 하락했다. 이날 실적 하락을 발표한 오하이오의 금융지주사 키코퍼레이션과 남부지역의 리젼스 파이낸셜 등도 내림세를 보였다.

기술주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시간 외 거래에서 10% 가까이 상승 반전하긴 했지만 야후는 장중 4.2% 하락했다. 야후는 이날 장 마감 후 3분기 순익이 전년의 1억5850만달러에서 1억5130만달러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 역시 실적 우려로 1.05% 하락 마감했다.

유럽 주요 증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전일 보다 0.45%(30.20포인트) 내린 6614.30으로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CAC40지수는 0.57%(33.08포인트) 하락한 5774.36으로, 독일DAX30지수는 0.09%(6.83포인트) 내린 7962.64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특히 3분기 순익이 전년보다 36% 급감했다고 밝힌 네트워크 전문기업 에릭슨의 주가는 24% 폭락했다. 에릭슨의 실적 경고로 노키아와 알카텔루슨트 등도 각각 1.9%, 4.4% 하락했다.

17일 오전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 주가는 1만7000선을 내줬다. 오전 11시 현재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1.05%(179.52엔) 하락한 1만6958.40을, 토픽스지수는 1.47%(23.90포인트) 내린 1601.35를 기록하고 있다.



신용 경색 위기감이 되살아나면서 대부분의 금융주가 내림세다. 일본 상장 최대 은행 미츠비시UFJ가 1.3%, 쓰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이 3.1% 하락을 각각 기록 중이다.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 증권도 3.8% 급락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주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날 마감가 117.35엔에서 116.41엔으로 하락했다. 토요타자동차와 소니가 각각 1.1%, 0.9% 내려섰다.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던 중국 증시도 숨을 고르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0.65%(39.33포인트) 하락한 6052.73을 기록 중이다. 선전종합지수는 0.24%(3.68포인트) 오른 1543.81을 나타내고 있다.



홍콩과 대만 증시도 내림세다. 홍콩 항셍지수는 1.44%, 대만 가권지수는 0.57%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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