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는 '鄭모르쇠', 당은 '鄭때리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10.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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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동영 대응 이중전략

지난 15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의 대부분은 '이명박 때리기'에 할애됐다. 정 후보의 대선 전략이 '이명박 대세론 깨기'에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그렇다면 이 후보의 맞대응 전략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대권 행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퍼부었던 '적장'을 향한 날선 공세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 후보의 '융단폭격'에 이 후보 본인은 최대한 '무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은 16일 "정 후보가 연일 이 후보 때리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후보는 최대한 대응을 삼갈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무대응'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 후보가 아직 자신에게 맞설 범여권의 '대표선수'가 아니라는 판단 탓이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독자신당 문국현 후보 등과의 '단일화'를 남겨 둔 상황에서 정 후보는 다수 예비후보 중 한 명일 뿐이라는 의미다.



'독설'에 '독설'로 맞설 경우 '경량급'인 정 후보를 '중량급'으로 끌어올려 '남 좋은 일'만 만들 수 있다는 선거 전략도 담겨 있다. 이 후보와 최대한 각을 세워 범여권의 단일 후보로 자리매김한다는 정 후보의 '마케팅 전략'에 말려들어가지 않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정 후보가 수락 연설에서 제안한 '맞짱토론'을 이 후보측이 사실상 거부하고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범여권의 단일 후보가 나오면 토론을 사양할 이유가 없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이 후보의 한 측근)"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맞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정동영 때리기'는 당의 몫으로 남겨뒀다. 불법.부정경선 의혹, 국정책임론, 각종 의혹 등에 대해서는 당에서 '공세'를 펴고, 당이 전면에 나서 정 후보의 이 후보 공격을 방어한다는 방침이다.


후보는 '무시전략을 ' 구사하고 당은 '집중공격'하는 이중 대응 태세를 갖춘 셈. 아니나 다를까, 한나라당은 16일 정 후보를 향해 강도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후보는 잃어버린 10년을 만든 정권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정치인"이라고 맹비난했다. "가장 노무현 다운 후보지만 노무현 정권에서 핍박을 받는 정치인처럼 비친 기회주의적 정치인"이라는 독설도 퍼부었다.



박형준 대변인도 "무능한 노 정권의 황태자이자 국정실패세력의 후계자"라며 정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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