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자본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번 동아제약 경영권분쟁은 기관 행동주의(기관 액티비즘)의 첫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은 그동안 경영진이 낸 안건에 거수기 역할을 하고, 경영권 분쟁상황에서는 중립을 지켜 표를 더 많이 얻은 쪽에 몰아주는 그림자투표를 하는 게 일반적인 관례였다.
동아제약 경영권분쟁에서 기관들이 어떤 행태를 보일 것인지에 대해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관들의 동아제약 보유지분을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9%, 국민연금 5.1%, 알리안츠자산운용 3.2% 등 16.2%에 이른다. 1~3%의 의결권을 가진 기관투자자들도 다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쪽이 팽팽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따라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의 승자가 갈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어느쪽을 선택하든지 그것은 각 기관들이 판단해야할 몫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이같은 판단을 유보한다는 것은 선량한 펀드관리자로서의 의무(선관의 의무)를 게을리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누가 기업가치를 높일 것인지에 대한 선의의 판단을 바탕으로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한차례 선관의 의무를 저버린 바 있다. 지난 3월 주총에서 판단을 유보하고 우선 가족들간의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그리고 봉합 수준에 불과했던 강회장 부자의 합의안에 손을 들어줬고, 그 선택의 끝이 바로 10월31일 임시주총으로 되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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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관투자자들이 가족과의 친소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가치와 시장원리에 입각한 냉정한 판단을 해서 자본시장의 첨병임을 보여줘야할 시기가 왔다. 동아제약은 가족회사가 아니다. 가족간 합의라던가 업계 원로들의 중재라는 지난 3월주총을 앞두고 시도됐던 봉합노력이 도리어 사태를 얼마나 더 꼬이게 했던가를 기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 운용사 대표는 "어렵고 까다로운 일은 접고, 포기하는 게 펀드매니저가 아니다"라며 "어떤 것이 펀드고객을 위하는 길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판단하는게 펀드매니저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같은 갈등상황에서 어떤 쪽이 그가 투자한 회사를 위하는 길인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판단해야 할 의미가 있으며, 이를 포기하면 펀드매니저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 시장전문가는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도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운용자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며 "운용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이번 동아제약 경영권분쟁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을 정확하게 밝히고, 그 이유를 정확하게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모습을 보인다면 증시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쓰게 되는 일이 되면서 펀드투자자들에게 좋은 풍향계가 될 것이란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