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97년 '레드칩 사태' 닮았다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7.10.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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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워치 "10년전 버블붕괴후 폭락 경험"

중국 정부가 7주 전 "중국인들의 홍콩 증시 직접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홍콩 항셍지수는 41%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1조7600억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를 정당화하고 있고 시장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이번엔 다르다"는 주문을 시장에 퍼뜨리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1조43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의 일부가 홍콩에 투자될 것이라는 관측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최근의 홍콩 증시가 1997년의 '레드칩'(Red Chip) 망령과 닮았다며 '묻지마 투자'를 삼가야 한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레드칩 열풍은 투자자들이 1997년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중국 정부와 밀월관계에 있는 레드칩을 마구잡이로 사들인 행태를 일컫는다. 그해 5월 '베이징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의 주식청약에 몰린 자금은 홍콩의 1년 통화공급량과 맞먹었을 정도다.

중국 정부가 홍콩의 반환 이후 레드칩 기업들의 주가 하락을 '강 건너 불구경'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마구잡이 투자로 이어졌다. 하지만 버블이 터지면서 베이징엔터프라이즈 주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점 대비 60% 폭락,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곧이어 홍콩은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주차비에서 임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가가 급등했다.


마켓워치는 당시와 현재의 유사점을 두 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투자금의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서 유래됐다는 점이다. 홍콩은 중국의 외국 투자 허용 과정에서 첫번째 정거장이 분명하다. 중국 A주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H주가 본토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따라서 높다.



그러나 중국이 국내적격관투자자(QFII)를 통해 홍콩에 유동성을 투입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마켓워치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압력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홍콩 투자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경제 정책의 기조를 바꿀 경우 홍콩 시장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마켓워치의 지적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달러 가치 하락이 또다른 원인으로 거론됐다.



마켓워치는 "홍콩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미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홍콩 달러의 동반 약세로 자산 인플레이션 조짐이 발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8월 소매매출이 3년래 최고 상승폭을 기록한 데다 고급 부동산 매물이 1997년 수준으로 급등한 점 등이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됐다.

마켓워치는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주 외자 유치를 장려하겠다며 법인세와 소득세 삭감안을 발표한 것을 보건대 홍콩 정부는 인플레이션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켓워치는 지난주 버핏의 페트로차이나 지분 매각을 언급하며 "버핏이 페트로차이나 지분을 매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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