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은행 저우 총재 시대 끝난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7.10.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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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에 샹푸린, 궈수칭 등 거론

中 인민은행 저우 총재 시대 끝난다


중국 경제정책 라인의 대폭 물갈이와 함께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도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저우 총재는 지난 5년간 인민은행을 이끌며 중국 은행제도 개혁과 해외 금융사들의 중국 내 역할 확대를 추진해왔다.

◇ 샹푸린, 궈수칭 등 물망에



현재 차기 인민은행 총재 후보론 샹푸린(尙福林)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주석과 궈수칭(郭樹淸) 건설은행 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저우 총재의 후임은 제한된 권한에도 불구, 과연 그만큼의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인민은행은 미 연준(FRB)과는 다르다. 인민은행에는 독자적으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금리 최종 결정권한은 국무원이 틀어쥐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중국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 프랭크 공은 11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우 총재가 주어진 속박에도 불구, 업무를 훌룡히 수행해냈지만 후임 총재에게도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인민은행의 위상 변화는 힘들 것임을 암시했다.

이에 그는 빠른 시일 내 인민은행에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부여할 것인가를 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기 총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신종 경제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이다.

개방 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외국 중앙은행장들에겐 이미 익숙한 일이지만 폐쇄 경제의 중국에선 이전에 접할 수 없던 새로운 경제범죄들이 고속 성장과 함께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발전된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경제범죄와 해외 자금 유출 등이 그것이다.



단기적으론 미국발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인한 국제 신용 위기와 이에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차기 총재의 숙제로 들 수 있다.

◇ 인민은행의 독립을 외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저우 총재의 퇴진과 때를 맞춰 현재 중국 인민은행이 안고 있는 2가지 문제를 되짚어봤다.



저우 총재가 당초 자신이 기대했던 만큼의 은행 개혁과 외국 금융사의 참여를 이끌어냈지와 그의 후임이 무리없이 기존 개혁 노선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그것이다.

저우 총재는 중앙은행에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는 중국 정치제도 하에서 인민은행의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활동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저우 총재는 위안화 환율 개혁을 자주 언급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위안화 개혁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위안화 절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저우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0년간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 개혁에 대해 내놓은 의견 중 가장 진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미국 의회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위안화에 더 많은 변동폭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페그제로 불리는 독특한 환율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페그제는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일일 변동폭을 극도로 제한하는 사실상의 고정환율제.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 정부가 제도적으로 위안화 평가 절하를 추구, 자국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 절상이 중미간 최대 무역 문제인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저우 총재는 또 금융시장의 역할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는 몇 안 되는 중국 지도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중국 경제의 국제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 국제회의에서 영어로 연설을 진행하는가 하면 외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격의없는 친분을 유지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저우 총재 시절 외국계 은행들은 중국에 지점을 개설했고 중국 4대은행 중 3개은행이 성공적인 상장을 마치고 적극적인 해외 공략에 나섰다. 또 최근 미국 UCBH은행 지분을 인수한 민생은행을 비롯, 일부 은행은 해외 금융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이기도 했다.

저우 총재가 이끈 변화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특히 외국 기업의 시장 진출 확대가 자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믿는 중국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서 저우 총재의 인기는 바닥권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국의 금융 자유화가 미진할 뿐 아니라 고속 성장보다 도농간의 균형 발전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은 저우 총재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저우 총재의 향후 행보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부는 저우 총재가 중앙 무대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우 총재의 은행 개혁 노선이 윗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다른 일부는 그가 1990년대 파산 선고를 받기까지 했던 일부 국책은행을 회생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경제 담당 부총리로 승격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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