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대-②] 생산에서 소비로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0.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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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 눈을 뜬 중산층이 등장하며 '수퍼 글로벌 마켓' 변모

편집자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아시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 자본이 아시아로 몰리면서 아시아 각국증시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시대의 쌍두마차인 친디아가 생산기지에서 소비기지로 변하는 등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연초 ‘아시아 빅뱅’ 기획으로 아시아 시대의 도래를 예견했던 머니투데이는 ‘아시아 시대’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1, 아시아 증시 빅뱅, 2, 친디아 생산에서 소비로 3, M&A 패권 구미에서 아시아로

이머징 시장의 부상을 표현하는 신조어가 '브릭스'(Brics)에서 '친디아'(Chindia)로 범위가 좁혀진지 오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왜 하필 중국과 인도인가"라는 사실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만큼 중국과 인도가 보인 놀라울 정도로 눈부신 성장세에 대해 모두가 할 말을 잊어버린 것이다. '친디아'는 진정한 아시아 시대의 도래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단어이다. 한마디로 '친디아'의 부상은 '아시아 빅뱅'이 가져온 놀라온 효과인 셈이다.



물론 브릭스 구성원인 러시아와 브라질도 중국과 인도 못지 않게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역시 탄탄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놀라운 경제 발전 속도와 그 뒤를 받치고 있는 탄탄한 아시아의 상승세는 '친디아'를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 친디아 "美 대신 세계 경제 성장 맡겨라!"

[아시아 시대-②] 생산에서 소비로


중국과 인도는 각각 13억명과 11억명에 달하는 막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질좋은 인적자원과 큰 소비시장, 풍부한 천연자원, 넓은 땅, 아시아 특유의 정서인 높은 교육열 등 국가 발전에 필요한 조건들을 골고루 갖췄다.

이미 9~11%대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이륙 단계를 벗어난 중국과 인도 경제는 전세계 경제의 주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친디아의 놀라운 성장세는 미국이 서브프라임발 신용위기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동안 전세계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헤게머니를 상징하는 '팍스 아메리카나'가 이제 '약달러'라는 상징속에 저물어 간다면 '친디아'가 미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를 지지하는 새로운 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중국이 올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미국에 앞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선두 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찰스 콜린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국 부국장은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의 25%를 기여하고 있다"며 "중국과 인도, 러시아 3개국의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는 50%에 이른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는 2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경제 규모는 미국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이 미국의 5.5배를 웃돌기 때문에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 면에서 미국을 앞지르게 된 것.

IMF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1.2%, 미국은 2%로 예상하고 있다. 빠른 성장에 힘입어 중국 경제는 올해 독일을 제치고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IMF는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8.4%로 예상했다. 인도는 지난해에는 9%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과 인도는 이러한 놀라운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수퍼 글로벌 마켓'이란 별칭을 얻으며 거대 소비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10억명이 넘는 소비대국이 동시에 출현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 中, 2억명 중산층을 잡아라

특히 중국의 소비 증가율은 2억명에 달하는 소비계층의 등장에 힘입어 눈부시다. 지난해 중국의 소비 총액은 전년보다 13.7% 늘어난 7조6410위안(95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세계 소비시장의 5.4%에 해당한다. 중국은 이미 미국, 일본, 독일, 영국에 이은 세계 5위 소비 대국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성장 속도 면에서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시장은 지난 6년간 130% 확대됐다. 매년 12~14%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중국이 2015년 세계 소비시장의 14.1%를 차지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소비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년간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80%에 달해, 같은 기간 미국의 20%를 크게 상회했다. 중국인들이 소비의 재미를 만끽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GDP)이 1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비시장 규모도 매년 1조위안씩 커졌다.

중국 소비시장의 버팀목은 중산층이다. 중국에는 현재 3000만명의 고급 소비층과 1억6000만명의 중산층 등 2억명에 육박하는 소비시장을 갖고 있다. 또 중국 전체 인구의 0.44%에 해당하는 600만명은 10만달러 이상의 현금자산을 보유한 최고급 소비자다.



이들이 소비에 뛰어드면서 주택, 자동차, 여행, 보석 소비 증가세가 두들어지고 있다.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5억명을 웃돌아 세계 최대 휴대전화 시장으로 부상했다. 컴퓨터와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이 됐다.

또 지난해 해외관광을 한 중국인은 3400만명이며, 올해는 374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중국 관광객은 세계 4위 관광소비그룹으로 등장했다.

◇ 인도, 8000만 중산층…2025년 세계 5위 소비대국



인도도 세계 소비 시장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1년부터 시장개방과 소프트웨어(SW) 인력양성을 통한 성장정책을 유지하면서 '세계지식 산업의 아웃소싱 공장'으로 등장했다.

이로 인해 창출된 소득이 국내 소비의 폭발을 불러와 사회 전반에 걸쳐 제조업 투자 붐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더불어 경제 성장에서 병목현상을 빚고 있는 전력, 도로, 항만, 공항, 통신 등 열악한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경우 인도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도가 오는 2025년에는 세계 5위의 소비대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인도가 연간 7.3%의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할 경우 2025년에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에 이어 5위 소비국에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인도 소비는 세계 12권에 머물러 있어 인구가 6분의 1에 불과한 브라질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으로 8000만명에 달하는 중산층이 소비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소비 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도의 젊은 중산층들은 이전과 달리 명품, 자동차 등에 선뜻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인도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월평균 600만명을 넘어섰다. 매달 홍콩 전체 인구만큼 이동전화를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 성장에 필요한 천연자원 수요도 정점에 올랐다. 이미 중국과 인도는 세계 원유 소비 순위에서 2위와 5위로 떠올랐다.

이렇듯 친디아의 구매력이 확대되자 이를 선점하기 위한 다국적 기업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IBM, 인텔, 제너럴일렉트릭(GE), 씨티그룹, 허치슨, 월마트, 보잉 등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친디아 국가로 몰리고 있다. 이미 친디아는 미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시장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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