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대-③]M&A 패권 구미서 亞로

김유림 기자 2007.10.10 15:36
글자크기

편집자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아시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 자본이 아시아로 몰리면서 아시아 각국증시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시대의 쌍두마차인 친디아가 생산기지에서 소비기지로 변하는 등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연초 ‘아시아 빅뱅’ 기획으로 아시아 시대의 도래를 예견했던 머니투데이는 ‘아시아 시대’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1, 아시아 증시 빅뱅, 2, 친디아 생산에서 소비로 3, M&A 패권 구미에서 아시아로

# 장면 1- 오일달러 세계 거래소 지분 싹쓸이

지난달 20일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두바이와 카타르가 서방 선진국 주요 증시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했다.

두바이증권거래소는 이날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지분 20%를 주당 41.04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두바이증권거래소는 나스닥이 보유한 런던증권거래소 지분 28%도 주당 14.14파운드에 매입키로 했다.



이로써 두바이증권거래소를 소유하고 있는 두바이정부는 나스닥의 1대 주주로 등극하는 한편 미국 증권거래소의 지분을 보유한 최초의 중동 국가가 됐다.

두바이와 중동지역 금융허브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카타르도 같은날 런던증권거래소 지분 20%를 인수했다. 이로써 런던증권거래소는 지분의 절반이 카타르 등 중동 국가로 넘어가게 됐다.



중동 국가의 거침없는 투자 행보는 사모펀드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같은날 UAE의 최대 토후국인 아부다비의 투자회사 무바달라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미국 칼라일 그룹의 지분 7.5%를 13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 장면 2- 차이나 달러 미국 은행권 공격

지난 8일 중국 민생은행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UCBH 은행의 지분 9.9%(2억달러)를 인수키로 합의했다. 중국 은행이 미국 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UCBH은행은 화교와 중국 진출 미국 기업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유나이티드 커머셜 은행의 모회사다. 올해 6월 기준 자산규모는 106억달러로 전체 지점 70개 중 51개가 캘리포니아에 몰려 있는 등 미국 서부 지역을 주 영업기반으로 삼고 있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유명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 달러를 투자해 아시아의 국부펀드가 신용경색으로 자금줄이 막힌 미국 사모펀드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뿐 아니라 중국 은행들은 해외 금융기관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최대 국영은행인 공상은행(ICBC)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PT 뱅크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마카오 3위 은행인 성항은행마저 사들였다.

건설은행도 미국 2위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홍콩 및 마카오 지점 17개를 인수했으며 중국 개발은행은 영국 3위 은행 바클레이즈의 지분 3.1%를 인수한 바 있다.

오일달러-국부펀드, 금융시장 큰손 부상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막대한 '오일달러'와 수출로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축적한 '차이나 달러'가 국제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최근 중동국가들은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전세계 기업, 부동산, 금융상품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들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사들인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중동은 제1~2차 석유위기 때 벌어들인 오일달러를 사치품을 사는데 소비했지만 최근 고유가로 벌어들은 오일달러는 사회간접자본시설 또는 해외 기업인수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금융 관련 기업 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새로운 오일달러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UAE, 이집트, 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이 산업다각화와 외국인 투자유치, 과감한 해외투자 등을 통해 글로벌 투자붐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이 최근 5년간 석유를 팔아 챙긴 돈은 1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중동국가들은 이러한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대규모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국부펀드는 8750억달러에 달하며, 사우디아라비아도 300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쿠웨이트의 국부펀드도 2500억달러나 된다.

중국도 1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이용, 외국 기업 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2000억 달러를 투자해 외환투자공사라는 국부펀드를 출범시키고 해외 자산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이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을 벤치마킹해 잇따라 국부펀드를 출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중동 제외) 국부펀드가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일달러와 국부펀드를 합하면 2조5000억 달러. 이는 1조5000억 달러 규모인 전세계 헤지펀드 규모보다 두배 가까이 크다.

세계 M&A 시장 지각변동

오일달러와 아시아 국부펀드가 해외 기업 사냥에 적극 나서자 세계 M&A 시장의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도국 자본이 주도한 M&A 규모는 1280억달러. 2003년의 140억달러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선진국 자본이 개입한 M&A 규모는 1300억달러로 개도국과 큰 차이가 없다.

개도국 중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러시아 이외에는 해외 기업 사냥에 적극 나서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개도국의 M&A는 대부분 중동 및 아시아 국가 주도의 M&A다.

전통적인 서구 선진국 자본이 신용위기에 발목 잡힌 사이 개도국 자본이 M&A 시장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 및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 금융 자산 매입을 놓고 미국은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될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두바이 증권거래소의 나스닥 지분 매입을 두고 "이번 계약이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이 있을지 살펴볼 것"이라며 "진행 과정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우려 여론이 커지자 아시아 기업의 미기업 인수가 자칫 두바이포트월드(DPW) 사태를 닮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DPW는 지난해 뉴욕 등 미국 주요 6개 항구의 운영권을 인수했다. 그러나 미국은 외국인 투자 검토위원회를 열어 이를 중단시켰고, DPW는 결국 AIG그룹에 이를 재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언제까지나 아시아 자본의 유입을 막을 수는 없다. 미국은 3년간 지속된 달러약세로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수도 있는 입장이다. 미국은 지금 달러화 자산 이탈이라는 만약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의 국부펀드를 끌어들여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