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번엔 美 제약업계 점령하나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7.10.1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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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치료제 FDA 승인 획득.. 2012년 시판

각 분야에서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이 이번엔 의약품 분야에서 쾌거를 이뤘다.

중국 제약업체가 만든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 치료제의 미국 수출길이 열린 것. 중국 제약업계 사상 처음인 데다 중국산 안전 논란이 불거진 이후여서 더욱 주목된다.

◇ 中, 원재료 납품에서 완제품 수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중국 제약업체 '저쟝 화하이가 제조한 에이즈 치료제 '네비라핀'의 미국 판매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저장 화하이의 네비라핀은 현재 베링거 인겔하임의 에이즈 치료제 '비라문'의 미국내 특허가 만료되는 2012년 5월부터 미국에 수출될 전망이다.



중국 제약업체가 FDA 승인을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등 유명 제약회사에 약품 원재료를 납품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중국이 의약품 수출국으로 거듭난 것이다.

인도 최고 제약회사인 시플라(Cipla)의 유수프 하미에드 회장은 "중국 제약회사가 선진국 공략에 성공한 첫 사례"라며 "중국이 영어 실력을 키우고 규제 문제만 보강하면 인도는 중국의 경쟁상대도 안 된다"고 추켜세웠다.

WSJ은 FDA 승인이 화하이의 다른 제품은 물론 또 다른 중국 제약사들의 미국 진출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외국 업체들과의 제휴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FDA 승인이 만능은 아니다. FDA 대변인은 일단 화하이 제품의 미국 판매가 시작되면 정기적으로 중국을 찾아 생산라인은 물론 약품에 쓰이는 원재료 하나하나를 모두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제약 분야에서 중국이 인도 따라잡을 것"



"인도가 중국에 밀릴 것"이라는 유수프 회장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인도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이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데다 값싼 원재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컨설팅회사 프로스트&설리반의 콘다 레디 의료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산이 인도산보다 10~15% 저렴하다"며 "값싼 약품 원재료가 풍부한 게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진성 두 애널리스트는 "일찍이 유럽은 인도를 두려워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공포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 화하이 "내년엔 유럽과 아프리카"

화하이는 중국 동부 연안의 린하이에 위치한 회사로 1989년 천 바오화가 설립했다. 12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2200명의 어엿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은 지난해 5억5700만위안(7420만달러)을 기록, 2002년 1억8700만위안에서 세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익은 2배 이상 증가해 1억1000만위안에 달한다. 주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화하이는 빠르면 내년 초 유럽에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수출할 계획이다. 또 클린턴 재단과 제휴해 아프리카에 에이즈 치료제도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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