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캐리' 中·홍콩 주가 올린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0.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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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증시 '벤 캐리트레이드' 최대 수혜자

중국 증시가 '버냉키 효과'를 즐기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금리 인하 덕분에 늘어난 미국의 유동 자금이 중국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컬럼니스트(사진)는 이를 '엔 캐리 트레이드'에 비유, '버냉키 캐리트레이트', '벤 캐리트레이드'라고 이름 붙였다.

'버냉키 캐리' 中·홍콩 주가 올린다


페섹은 '벤 캐리트레이드'가 '엔 캐리트레이드'를 대신해 대부분 중국과 홍콩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는 이미 펀더멘털보다 모멘텀이 우세해진 지 오래이며 장만 열리면 말 그대로 묻지마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게 페섹의 관점이다. 그는 중국 증시가 시장이라기 보다 '폰지 게임'에 더 가까운 상태라고 꼬집었다.

'폰지 게임'이란 미국에서 개발붐이 한창이던 1925년 플로리다에서 찰스 폰지라는 사람이 막대한 배당금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한 사기극을 말한다. 늦게 투자한 사람의 투자금으로 먼저 투자한 투자자의 배당금을 지불하다가 투자가 끊기면서 결국 사기극은 들통이 나고 말았다.



'폰지 게임'에서는 아무리 비싼 가격에 주식, 부동산을 사더라도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면 게임은 지속된다. 그러나 더 이상 높은 가격에 주식, 부동산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최후에 구입한 사람은 상투를 잡게 되고, 게임은 종료된다.

페섹은 중국 증시를 거품이라 부르기도 꽤 늦은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이미 중국 경제는 거품 위에 거품이라고 보고 있다. 주식, 주동산, 환경오염, 수단 다르푸르 학살 책임에서 최근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이르는 외교적 위기 등 모든 측면에서 중국 거품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거품이 홍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중국 증시가 이번주 쉬는 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은 대신 홍콩 증시에 투자했고, 홍콩 증시는 처음으로 2만8000선을 돌파했다. 거래량과 시가총액도 사상 최대를 넘어섰다.


도이치자산운용의 윌리엄 바르부는 홍콩 증시의 이 같은 상승세를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항생지수는 올들어 38% 급등했다.

홍콩 신문인 스탠더드는 이번주 증시 분위기를 놓고 1면 톱기사로 '미친 시장'(Market Madness)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과 홍콩 증시의 급등은 벤 버냉키 의장이 초래한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 FRB는 글로벌 신용경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기준금리를 무려 0.5%p나 인하했다. 이 같은 금리 인하는 투자자들의 아시아 특히 중국 투자를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머크 인베스트먼트의 투자책임자인 악셀 머크는 "FRB의 금리인하는 틀린 결정이었다"면서 "금리인하가 가져올 이점은 별로 없는 반면 희생해야할 것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버냉키 의장의 금리 인하는 엔 캐리트레이드를 이른바 '벤 캐리트레이드'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의 금리 인하로 미국 자금을 빌려 중국 등 아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비적격 투자자 등에게도 대량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이 자금이 아시아로 향하게 했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상승세는 FRB의 금리인하 덕분이며 그렇기 때문에 거품의 책임은 FRB에게도 있다는 분석이다.

페섹은 경기침체 및 하강 싸이클은 돌아오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증시의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몇분기동안 멈춘다면 손실은 매우 막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과열 방지를 위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의 더 나은 모습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불황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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