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금리결정시기를 전후, 전화통화와 면담을 통해 정책조언을 들었던 인사들의 면면이 공개됐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재무학 강사인 케니스 토마스 박사가 금리정책 결정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요청해 얻은 통화기록 등을 통해서이다.
토마스 박사가 찾아낸 기록들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금리결정을 내리기 전 월가를 대표하는 인사들과 빈번한 접촉을 갖고 시장의 목소리를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을 토대로 구성해본 '버냉키 자문단'의 맨 앞에는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전 재무장관)의 이름이 놓여 있다.
월가에서는 당시 버냉키 의장이 시장 상황을 무시,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금융경색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었다. 월가의 최고 대변자로 꼽히는 루빈 회장은 그러나 FOMC의 금리 동결 결정을 두둔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로버트 루빈
루이스 라니에리 하이페리온 캐피탈 매니지먼트 창업자도 버냉키의장과 한시간동안 머리를 맞대고 금리정책을 논의했다. FOMC 이틀뒤인 8월9일 오전이었다. 라니에리는 21살에 살로먼스미스바니에 입사, 주택저당 대출 유동화증권(MBS)시장을 사실상 만들어낸 신화적인 인물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에 대한 조언자로는 그만한 사람이 없는 셈이다.
루이스 라니에리
버냉키의장은 8일뒤인 8월 17일 재할인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한다. 연방기금 금리는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9월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금리 0.5%포인트 인하의 전주곡이었던 셈이다.
레이몬드 달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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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의장이 월가 인사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준의장이 민감한 정책결정을 앞두고 금리결정과 민감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월가 인사들과 빈번한 접촉을 가진데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버냉키의장은 금리인하를 전후해 헨리 폴슨 재무장관, 마빈 킹 영란은행 이사, 연준대 모기지 금융전문가인 웨인 패스모어와도 자주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대화를 나눴지만 이들은 '공식 정책라인'에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볼수는 없다.
존 브레넌
그러나 연준 출신 경제평론가 로렌스 쿠들로는 자신이 진행하는 CNBC 토론프로그램 '쿠들로&컴퍼니'에서 "(금리동결을 고수하던) 버냉키 의장이 급작스런 정책 선회를 하게 된 배경에 월가 인사들이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